내일부터 예술의전당서 '프랑스 국립오르세미술관-이삭줍기展'밀레作 모사한 고흐의 '낮잠' 등 130여점 전시
1885년 4월13일 동생 테오(1857~1891)에게 쓴 편지에서 알 수 있듯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의 삶을 동경하며 평생 그를 스승으로 삼았다. 빈센트는 밀레의 '만종(1857-1859)'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아버지 테오도뤼스(1822~1885)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880년 8월 성직자의 길을 포기한다. 이후 화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힌다. 밀레의 사상이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결과다.
빈센트는 1881년 파리에서 발간된 밀레의 전기 '밀레의 삶과 예술'을 밤새 읽고 편지에도 옮겨 적었다. 밀레의 작품을 모방하며 자연과 농민을 대상으로 열심히 작업했다. 실제 삶에서도 밀레처럼, 가난한 농민처럼 입고 자고 느끼고 생각했다. 뱃사공이나 일용노동자처럼 보이고 싶어 했다. 밀레의 전기를 쓴 알프레드 상시에(1815~1877)가 다소 미화한 곳이 있지만, 빈센트는 1890년 숨을 거둘 때까지 이런 삶을 계속했다.
밀레는 빈센트의 그림에도 영향을 미쳤다. '만종'을 두 번이나 모사했으며, 아낙네들을 성인처럼 그린 '이삭 줍는 여인들(1857)'을 좋아했다. 1875년 파리에서 본 '그레빌 교회(1871-1874)'를 모델 삼아 '오베르 교회(1890)'를 그리기도 했다. '가난의 세 여신'이라고도 불린 '이삭 줍는 여인들'은 밀레 이전의 화가들이 제시해온 목가적 이상향과는 거리가 있다. 밀레는 사실주의적 표현으로 장면을 묘사하는 동시에 종교화 같은 숭고함을 부여했다.
'이삭 줍는 여인들'은 1857년 살롱에 출품돼 평단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극사실적으로 표현된 여인들의 모습 때문이다. 당시 언론은 장시간 야외 노동으로 인해 붉게 탄 여인들의 손에 관심을 보였다. 여인들의 손은 붉게 그을리고 갈라졌다. 밀레는 이 세 여인의 피곤한 몸과 굽은 어깨를 묘사해 그들의 고된 삶을 대중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그러면서도 여인의 숭고함을 강조해 값싼 동정심을 배제했다.
빈센트의 '낮잠(1889-1890)'도 밀레의 작품을 모사한 것이다. 하지만 빈센트는 작품을 더 과감한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아간다. 프랑스 농촌의 평화로운 느낌에 그만의 스타일을 덧입혀 독창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그는 "빛과 어둠이 주는 인상을 검은색과 흰색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밀레와는 다른 색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후대의 인상주의 화가들은 밀레의 작품에 감명을 받아 예술사에 남는 걸작을 남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저마다 자기만의 길을 개척했다.
'이삭 줍는 여인들'과 '낮잠'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프랑스 국립 오르세미술관 전-이삭줍기'는 오는 29일부터 내년 3월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오르세미술관은 올해로 다섯 번째 한국을 찾는다. 소장품 중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주요 걸작을 비롯해 회화, 데생 작품 130여점이 전시된다.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과 빈센트의 '낮잠'은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다. 전시는 서양 미술계에서 풍요로웠던 19세기를 중심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주요 예술 사조들을 다섯 개 주제로 구분해 소개한다.
걸작 데생들도 선보인다. 특히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이 탄생하게 되는 과정이 담긴 진귀한 데생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한불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하며 열릴 뿐만 아니라 오르세미술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하여 열리는 특별전으로 그 의미가 더욱 뜻 깊다.
기 코즈발(Guy Cogeval·61) 오르세미술관장은 "작품 보존을 위해 엄격하게 관리된 고흐의 '낮잠'은 개관 이후 수 십년동안 유럽 이외의 지역으로 반출된 적이 없다. 한국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 상설전시가 어려운 데생 작품들도 함께 공개한다. 오르세미술관의 역사도 어느덧 30년이 됐다. 앞으로도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을 찾아뵐 것"이라고 했다.
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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