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1.20 한현우 주말뉴스부장)
본지 신년 특집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 시리즈를 읽으면서 크게 공감하고 또 적으나마 안도했다.
시험 잘 치는 학생보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학생을 길러내는 학교가 21세기 교육의 중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똑똑한(smart)' 교육에서 '창의적(ingenious)' 교육으로 넘어갔는데, 우리나라 수업 방식과 시험문제를
보면 여전히 단순 암기식 교육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 몇몇 교수의 수업 방식을 보니 우리 교육도 조금씩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언론재단에서 각 언론사 수습기자를 상대로 글쓰기 강의를 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이른바 좋은 대학 나와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사회생활 시작한 청년들에게 '자신만의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답 있는 질문에는 곧잘 대답한다. 그러나 의견이나 생각을 물으면 다들 입을 닫는다.
예를 들어 "남대문시장에 불이 났다.
언제 어디서 왜 불이 났는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고 물으면 다들 고개를 숙인다.
"틀려도 된다. 여러분은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여러 차례 다독여야 간신히 한두 마디씩 하는데, 상당수는 끝끝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오답에 대한 응징'이 어떤지 너무 잘 학습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공지능 쇼크? 다음 세대 주역들에게 창의력 향상 융합교육 등
혁신만이 답이다. /조선일보 DB
최고의 진화생물학자로 꼽히는 리처드 도킨스는 늘
"옥스퍼드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해왔다.
생물학자인 그가 셰익스피어와 올더스 헉슬리를 줄줄 외우고,
70세 축하연에서 자작시(自作詩)를 읊고 즉석 세미나를 연 것이
옥스퍼드에서 그가 배우고 또 가르친 교육을 상징적으로 설명한다.
그는 자서전에서 말했다.
"강의의 목적은 정보 전달이어서는 안 된다. 그 목적이라면 책도 있고
도서관도 있고 요즘은 인터넷도 있다.
강의는 생각을 고취하고 자극해야 한다.
훌륭한 강사가 내 눈앞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어떤 생각에 도달하려고 애쓰고,
가끔은 난데없이 나타난 멋진 생각을 잡아내는 광경을 구경하는 것이다. …
우리는 이런 모습을 모델로 삼아서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법과 그 주제에 대한 열정을 전달하는 법을 배운다."
요즘은 누구나 스마트폰이라는 지식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학교는 더 이상 지식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
지식을 해석하고 응용하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킨스는 옥스퍼드 신입생 면접에서 이런 대화를 했다.
"학생의 조부모는 몇 명인가?" "네 명입니다."
"증조부모는?" "여덟 명입니다."
"고조부모는?" "열여섯 명이죠."
"그럼 2000년 전 예수 탄생 시점에는 학생 조상이 몇 명이었을 것 같은가?"
그런 기하급수적 계산으로는 당시 세계 인구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되므로,
옥스퍼드 신입생은 인류가 머지않은 과거에 수많은 공통 조상을 갖고 있던 친척들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도킨스는 "이런 질문에 흥미를 갖고 덤비는 학생이라면 옥스퍼드에서 배울 자격이 있다"고 했다.
옥스퍼드 한 철학과 교수의 면접 질문은 이렇다.
"당신이 지금 이 순간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니란 걸 어떻게 압니까?" 골치 아픈 질문이다.
의학적으로 말하면 창의성을 담당하는 뇌 전두엽을 자극하는 질문이다.
한국 교육도 옥스퍼드처럼 전두엽을 두드려야만 미래가 있다.
그것이 바로 창의 교육일 것이다.
조선일보 [2017 신년특집]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 - 목차 〈특별취재팀〉 김연주 기자 박승혁 기자 최원우 기자 김지연 기자 |
(조선일보 2017.01.02 )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 [1] 서울대 교수들의 도전 교수 농담까지 달달 외워 A+ 받는 시대 끝내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02/2017010200128.html (조선일보 2017.01.03 ) [2017 신년특집]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 [2] 서울대 김세직 교수의 '무한상상 경제학 수업' "은행과 봉이 김선달 공통점은?"… 기발한 질문 던져 상상력 키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03/2017010300285.html (조선일보 2017.01.03 ) [2017 신년특집]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 창의성 연구의 세계적 석학, 루트번스타인 미시간주립대 교수 "한국 학교에서 창의성 키우기 힘든 건 HOW 대신 WHAT을 주입하기 때문"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03/2017010300281.html (조선일보 2017.01.04 ) [2017 신년특집]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 서울대 황농문 교수의 '몰입교육' "몰입 훈련으로 창의성 기를 수 있어… 수업시간 절반 이상이 생각 타임"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04/2017010400253.html (조선일보 2017.01.04 ) [2017 신년특집]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 [3] 헝가리 창의성 교육 특별고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 노벨상만 7명… '헝가리 현상' 만들려면 잠든 호기심 깨워라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04/2017010400257.html (조선일보 2017.01.09)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3無 수업' 후 벤처 세운 양재혁씨 "수업서 맛본 실패, 벤처 성공 큰 밑거름"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09/2017010900225.html (조선일보 2017.01.09)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 [4] 핀란드의 초등학교 수업 도떼기시장 같은 핀란드 교실… '마음껏' 혁신이 자라나고 있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09/2017010900233.html (조선일보 2017.01.09)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 - 박남규 서울대 교수의 '3無 수업' 필기·교과서·시험 없애니… 아이디어 솟아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09/2017010900227.html (조선일보 2017.01.10)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과학·문학·역사 오가며 질문/ 소크라테스式 대화도 즐겨 화학 시간에 "양극화 원인은?"… 미국 최고 교수들의 남다른 강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0/2017011000224.html (조선일보 2017.01.10)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 [5] '名교수들의 강의법' 저자 미국의 교육 전문가 켄 베인 "암기 人才는 낮은 단계 지식인 … 창의적인 딥 러너 키워야"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0/2017011000212.html (조선일보 2017.01.10)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 - 서울대 권오남 교수 '플립 러닝' "수학 공식대로 뚝딱 풀지말고 자신만의 풀이법 만들어보라"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0/2017011000222.html (조선일보 2017.01.14)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 서평·기행문 중 한편 완성해야… 5년째 진행, 휴대폰·노트북 금지 연필로 3시간 글쓰며 '생각의 근육' 키우는 梨大 백일장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4/2017011400212.html (조선일보 2017.01.14)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 글 잘쓰는 人材 키우는 美대학들 하버드大 글쓰기 수업, 1:1로 혹독하게 가르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4/2017011400207.html (조선일보 2017.01.14)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 [6] 서울대 심리학과 박주용 교수의 글쓰기·토론 예찬 "글 써봐야 안다, 내가 뭘 알고 모르는지… 여기서 창의성 출발"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4/2017011400214.html (조선일보 2017.01.17)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 최인수 교수 '창의적 사고', 성균관대 최고 인기 강의 "안 해본 일 도전하고 체험 수기 제출하라"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7/2017011700282.html (조선일보 2017.01.17)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 [7] '하브루타 교육' 도입한 전남 벌교高 교실 가보니 유대인式 질문과 토론… 잠자던 교실이 깨어났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7/2017011700290.html (조선일보 2017.01.17)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 '하브루타 전도사' 전성수 교수 "공동체 의식도 자연스레 터득" "밥상머리 대화가 하브루타… 아이가 황당 질문 쏟아내도 면박주지 마세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7/2017011700284.html (조선일보 2017.01.19)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 [8·끝] 창의력의 비밀, 전두엽 앞쪽 뇌 팔팔해야 창의력 쑥쑥… 꿈·목표 세우면 뇌도 깨어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9/2017011900111.html |
'人文,社會科學 > 人文,社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소령의 올댓비지니스] 나이키 창업자… 성공 아닌 눈물과 좌절을 썼다 (0) | 2017.01.22 |
---|---|
[졸리앙의 서울이야기] (23) 안위를 넘어선 자유, 자유를 향한 애정 (0) | 2017.01.21 |
[송우혜의 수요 역사탐구] [이순신 리더십] [3] 이순신 전라좌수사 발탁의 진상 (0) | 2017.01.18 |
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31] 이제 시작이지요, 문 전 대표님 (0) | 2017.01.17 |
[김시덕의 종횡무진 인문학] 화성으로 이주… 현실이 비참할수록 비전을 가져라 (0) | 2017.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