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초지종은 이렇다. 이집트에선 지난 20년 사이에 결혼할 때 남녀가 각자 사온 가구나 생활도구, 부담한 비용을 리스트에 기록하는 풍습이 생겼다. 이혼하게 되면 각자 사온 물건을 리스트대로 가져간다. 이집트 법은 두 가지 방법의 이혼을 허용한다. 합의 이혼과 법원 판결을 통한 이혼이다. 합의 이혼의 경우 헤어지는 남녀가 가구와 생활도구를 서류에 적어둔 대로 서로 조용히 나눈 뒤 각자 갈 길을 가면 된다. 하지만 법원 판결을 거칠 경우 법원 직원들이 부부가 살던 집에 가서 모든 가구를 꺼내 놓고 적어둔 내용에 맞춰 나눈다. 그날 우리가 본 것은 바로 그 장면이었던 것이다. 이집트에서 이런 장면은 갈수록 흔해지고 있다. 요즘 이혼율 증가는 세계적인 현실이 아닌가 싶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헤어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 세대의 결혼 목적은 단순히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그분들을 지켜보면 늙어서도 헤어지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들은 신뢰하고 마음을 의지할 사람, 평생을 함께할 인생 동반자를 구하는 것으로 본 듯하다. 그들도 우리처럼 서로 다르고 처음부터 맞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세대보다 양보심과 이해심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현대인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해서인지 상대방이 주기만을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부모 세대는 받는 만큼 주려고 했고, 무엇보다 자신이 아닌 가족을 중심으로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가족을 위해 참을 것은 참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겠다는 마음으로 결혼 생활을 한 덕분에 우리 세대보다 더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결혼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나의 모국 방문길이었다.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人文,社會科學 > 日常 ·健康'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사일언] 질문하는 책 (0) | 2017.04.11 |
---|---|
나이드니 잠이 줄었다고? "잠자는 능력 장애" 때문 <美연구> (0) | 2017.04.10 |
[설왕설래] 봄꽃 축제 (0) | 2017.04.01 |
[일사일언] 중절모 쓴 고욤나무 (0) | 2017.03.31 |
[미즈 리포트] 화목한 시댁살이 비결은 시어머니의 헌신 (0) | 2017.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