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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미 라샤드의 비정상의 눈] 이혼율 낮은 부모 세대, 가족 중심으로 산 덕분

바람아님 2017. 4. 6. 23:26
중앙일보 2017.03.30. 03:36
새미 라샤드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2년 만에 고국인 이집트에 다녀왔다.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인데도 변화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이혼의 일반화다. 이집트에서 비교적 새 가구를 실은 차량 여러 대가 대기 중인 것을 보게 됐다. 함께 가던 어머니가 “참 안타깝군”이라고 말씀하시기에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저건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혼한 부부의 가구”라고 알려주셨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이집트에선 지난 20년 사이에 결혼할 때 남녀가 각자 사온 가구나 생활도구, 부담한 비용을 리스트에 기록하는 풍습이 생겼다. 이혼하게 되면 각자 사온 물건을 리스트대로 가져간다. 이집트 법은 두 가지 방법의 이혼을 허용한다. 합의 이혼과 법원 판결을 통한 이혼이다. 합의 이혼의 경우 헤어지는 남녀가 가구와 생활도구를 서류에 적어둔 대로 서로 조용히 나눈 뒤 각자 갈 길을 가면 된다. 하지만 법원 판결을 거칠 경우 법원 직원들이 부부가 살던 집에 가서 모든 가구를 꺼내 놓고 적어둔 내용에 맞춰 나눈다. 그날 우리가 본 것은 바로 그 장면이었던 것이다. 이집트에서 이런 장면은 갈수록 흔해지고 있다. 요즘 이혼율 증가는 세계적인 현실이 아닌가 싶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헤어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사회를 50년 전과 비교하면 놀랄 만큼 다르다. 부모 세대는 우리 세대보다 자유롭게 연애를 하지 못한 것은 물론 휴대전화 등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수단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혼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깊이 생각해 보면 부모 세대는 결혼의 참뜻을 우리보다 더 잘 파악했던 것 같다.

부모 세대의 결혼 목적은 단순히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그분들을 지켜보면 늙어서도 헤어지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들은 신뢰하고 마음을 의지할 사람, 평생을 함께할 인생 동반자를 구하는 것으로 본 듯하다. 그들도 우리처럼 서로 다르고 처음부터 맞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세대보다 양보심과 이해심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현대인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해서인지 상대방이 주기만을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부모 세대는 받는 만큼 주려고 했고, 무엇보다 자신이 아닌 가족을 중심으로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가족을 위해 참을 것은 참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겠다는 마음으로 결혼 생활을 한 덕분에 우리 세대보다 더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결혼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나의 모국 방문길이었다.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