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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질문하는 책

바람아님 2017. 4. 11. 19:05

(조선일보 2017.04.11 최인아 최인아 책방 대표·전 제일기획 부사장)


최인아 최인아 책방 대표·전 제일기획 부사장칼 포퍼가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라 했다. 

삶의 부분집합인 일터에서의 삶이 문제 해결의 연속인 것은 그러므로 당연하다. 

문제들은 답을 요구한다. 답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찾나?


지난달 우리 책방에서는 '쟁이의 생각법'이라는 주제로 시리즈 강연을 했다. 

일가를 이룬 기획자들이 자신의 생각법을 이야기하는 강연이었는데 그들은 공통적으로 질문에 대해 

언급했다. 질문이 없으면 답이 없고 질문이 잘못되어도 답이 없다고. 

아닌 게 아니라 잘 보이지 않던 답도 질문을 바꾸면 길이 보이고, 

같은 듯 보이는 문제도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에 따라 다른 답에 이른다.


하면, 질문은 어떻게 던지며 질문하는 힘은 어떻게 기를까? 

이 대목에서 나는 책을 등장시킨다. "책은 질문한다. 나는 생각한다."


저자에겐 책을 쓰기 전에 질문이 먼저 있었을 거다. 

그는 그 질문을 품고 몇 달, 몇 년, 아니 사람에 따라서는 일생을 바쳐 고민하고 연구한다. 

그렇게 해서 도달한 가설, 답, 그것을 담아낸 것이 바로 책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저자가 던진 질문과 만나는 일이다.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라는 소설을 예로 들어보자. 외계인과의 소통을 그린 영화 '컨택트'의 원작이다. 

나는 이 소설에서 이 질문과 만났다. "결과를 미리 알아도, 그래도 그 시간을 겪을 것인가."


[일사일언] 질문하는 책


시간 대부분을 목표 지점을 향해 가는 것에 쓰는 우리를 멈춰 세우는 중요한 질문이다. 

이 질문이 정말 저자가 던진 질문인가 하는 것은 부차적이다. 오독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직업 평론가가 되어 작품을 평하는 게 아니라면 책 읽는 당사자가 책 속의 질문을 찾아내 마주하고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던져 보는 것, 그것으로 족하다.


삶이 문제 해결의 연속이고 답이 질문으로부터 온다면, 

그리고 책이 좋은 질문들의 덩어리라면, 책이야말로 삶의 필수품이 아닐까. 

읽어도 되고 읽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 중의 하나가 아니라 말이다. 

부디 책방 주인의 일방적 주장이 아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