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7.04 백수진 기자)
[20명의 시한부 환자 사진展 여는 앤드루 조지]
LA호스피스 병원서 환자들 촬영… 삶서 느낀 행복·후회 등 인터뷰
"그들, 죽음 앞두고도 삶 자체 즐겨… 마지막까지 사람들과 교감 원해"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두려움을 극복한 시한부 환자들을 만났습니다.
부자이거나 유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가치 있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성자를 만난 느낌이었죠."
미국 사진작가 앤드루 조지(47)는 2년 동안 LA의 호스피스 병원에서 시한부 환자 20명의 초상을 촬영했다.
사진과 함께 이들과 나눈 대화를 글로 정리해 미국 LA, 샌프란시스코, 벨기에에 이어 서울에서 네 번째 전시회를 열고 있다.
조지는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지난달 27일 개막한 사진전 '있는 것은 아름답다'를 기념해 방한했다.
시한부 환자 20명을 촬영한 사진작가 앤드루 조지는“죽음에 대한 공포를 넘어선 사람의 공통점은
‘마음을 열고 주변 사람과 소통하려는 태도’였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그는 "우리는 주변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가치관이 달라진다"면서
"죽음에 맞닥뜨렸으면서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비밀을 알고 싶었다"고 했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전시 서문에서 '죽음을 마주하면 그동안 삶의 목적과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가치에 눈뜨게 되고,
삶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의 방향이 달라지게 된다'고 썼다.
그는 2012년 LA 호스피스 병원을 찾아 "일반적인 환자가 아니라 죽음의 공포를 넘어선 분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한 사람을 찾았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오면 그때마다 모든 일을 접어두고 달려가 3~5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어요.
그리고 그분이 정말 촬영을 원하실 때만 카메라를 들었죠."
그는 '후회되는 일이 있나요?'
'살면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일은 무엇인가요?'
'사랑을 경험해 본 적이 있나요?' 등의
37가지 질문을 준비했고 마지막엔 빈 종이에 손으로 하고 싶은 말을 쓰게 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질문은 '당신에게 기쁨을 주는 일은 무엇인가요?'였다.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보는 일요"
"어렸을 때가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형제들과 야구를 할 때면 어머니도 함께하곤 하셨죠"
"인생은 기뻐하며 즐길 일이 가득한데도, 우리는 참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요"…. 답변은 모두 소박했다.
작가는 "그들의 꿈과 행복은 물질적인 것과 전혀 관련이 없었다.
그저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더욱 가까이 지내고 좀 더 사랑을 느끼고 싶어했다"고 했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20명의 공통점은
'마음을 활짝 열고 모든 걸 받아들이겠다는 태도'였다.
"대부분의 사람은 고통스러울 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24시간 고통과 싸우면서도 주위 사람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나누려고 했어요."
작가는 "그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인 나에게 고해성사하듯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 보였다"면서
"인터뷰가 끝난 후 나에게 '카메라를 들고 있는 성직자' 같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환자들은 농담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나눴고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삶 자체를 즐기는 성숙한 내면이 느껴졌죠.
결국 이 전시는 죽음이 아니라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0명의 초상화를 둘러보고 나면 관람객들은 거울을 마주하게 된다.
자신에게 똑같이 37개의 질문을 던져보라는 뜻이다.
그는 "삶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휴식' 버튼을 눌러 봤으면 좋겠다.
전자기기나 SNS의 방해 없이 우리에게 정말 무엇이 중요한 건지 돌아볼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촬영한 20명 중 19명은 돌아가셨습니다.
그들이 저에게 아낌없이 나눠 준 삶의 지혜를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앤드류 조지의 사진전 '있는 것은 아름답다(Right Before I Die)'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갤러리, 전화번호02-2230-6600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387 충무아트홀 ) 전시기간 : 6월 27일~ 8월 6일 입장료 : 7,000원 |
충무아트홀 위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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