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朝鮮칼럼 The Column] 마중물만 주고 펌프질은 안 하나

바람아님 2017. 7. 29. 10:12

조선일보 2017.07.28. 03:17 


일자리 만들기엔 역설이 있어.. 노동시장 유연해야 고용 증가
해고 쉽게 한 獨 슈뢰더 총리, 총선 졌지만 실업률 낮아져
기업에 규제 말고 자유 줘야 직원 더 뽑고 혁신에 나서
변양호 前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긍정적으로 보이는 정책은 공정 경쟁 분야이다. 잘못이 없는데 벌을 받으면 안 된다. 잘못이 있으면 누구든 예외 없이 벌을 받아야 한다. 그동안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새 정부는 기업 크기에 관계 없이 잘못된 행위에 대해 예외 없이 제재하기 시작했다.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통행세를 거두거나 납품 가격을 부당하게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기업들이 검찰에 고발되었다. 공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의 갑질 행위도 제재할 것이라고 한다. 검찰 개혁을 위한 움직임도 긍정적이다. 법 앞에 평등이 없으면 공정한 경쟁이 없고 공정한 경쟁이 없으면 시장경제는 꽃필 수 없다. 따라서 검찰 개혁은 지금 중요한 경제정책이다. 앞으로 일부 공정거래 제도의 개편이 이루어지고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가 더 확산되면 경쟁 구조는 더 공정해질 것이다.


일자리 정책은 불분명하다.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은 '원칙적으로 고용은 민간 부문에서 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민간 부문은 일자리 창출에 실패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가 적어도 마중물 역할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 정부는 추경을 통해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펌프질 없이 마중물만을 부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추경으로 마중물을 붓겠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 후에 펌프질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불분명하다.


민간 기업에서 고용을 늘려야 한다면 적어도 세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기업은 정부가 원한다고 해서, 매출이 조금 증가한다고 해서 바로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게 될 때에 본격적으로 고용을 늘린다. 따라서 일자리를 늘리고 싶다면 기업이 쉽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기가 어렵다. 면세점도, 종편도, 핀테크도, 산악 케이블카 설치도, 게놈 지도 사업도, 빅데이터 활용 사업도,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려면 대부분 부분적이라도 정부 허락이 필요하다. 법에서 명시적으로 허용되는 행위만을 할 수 있는 포지티브 법체계 때문이기도 하고 명분과 이념에 치우친 국민 정서 때문이기도 하다.

2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중소기업 리더스 포럼' 개막식에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가운데) 등이 중소기업 일자리위원회 출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느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세계 100대 스타트업 가운데 중국 기업은 24개인데 우리나라 기업은 하나도 없고, 세계에서 최근 1년간 누적 투자액 상위 100개 스타트업 중 70%가 넘는 사업 모델은 국내법상 규제 대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규제가 많아 혁신이 없는 나라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정부가 할 일이 있었다. 초고속 인터넷망을 깔아주고 인터넷 교육도 앞장섰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떤 산업에서 어떤 형태의 혁신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정부도 모르기 때문에 정부가 무엇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냥 민간에서 혁신이 일어날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된다. 민간에 경제활동의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는 어둡다. 일자리도 늘어날 수 없다.


둘째, 기업은 해고나 비정규직 고용이 쉬울수록 일자리를 과감하게 늘린다. 이는 외환 위기 때 외화가 부족하다고 해서 외화 유출을 규제하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외국 투자자는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나라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도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해고와 비정규직 고용이 어려웠다. 기업들은 고용을 꺼렸고 실업률은 높았다. 당시 슈뢰더 총리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등의 인기 없는 개혁 정책을 추진했고, 그 결과 그는 2005년 총선에서 패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고용은 늘어났고 그 덕분에 독일은 지금 실업률 3% 미만의 완전고용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역설적이지만 더 쉬운 해고 등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기업에 노동과 기계는 종종 대체재이다. 요즘 영화관이나 햄버거집에 가보면 인력 대신 기계를 설치해 주문하게 한다. 이런 과도한 자동화가 일자리를 줄인다.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법인세를 돌려주는 현재의 기업소득환류제도는 너무 복잡하다.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단순한 제도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마중물을 붓고 펌프질을 해야 물이 나온다. 새 정부가 구축할 공정한 경쟁 시스템을 바탕으로 경제활동을 자유화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과도한 자동화도 억제하면 좋을 것이다. 기업에 일자리를 만들 자유를 주어야 한다. 경제에 관한 한 국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 도약은 어렵다. 어려운 사람은 규제가 아니라 복지 프로그램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변양호 前 재경부 금융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