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38] He's a liar

(조선일보 2017.10.08 이미도 외화 번역가)

미국에서 해마다 평균 37명의 유아가 무더운 날 차 안에서 목숨을 잃습니다. 부모나 유모가 방치한 결과입니다.

당국은 '아이를 절대 차 안에 혼자 두지 말라(Never leave your child alone in a car)' 경고하고 이를 어기면 무겁게 처벌합니다.

최근 괌에선 이 경고를 무시한 우리나라 판사·변호사 부부가 뉴스를 달구었습니다.

그들의 진술 중 괌 매체들이 기사 맨 앞에 내세운 문장은 이것입니다.

"우린 가게에서만 3분 있었어요(We were only in the store for three minutes)."

법조인은 더더욱 거짓말해선 안 되는 신분인데도 했다는 사실을 현지 매체가 부각한 것이지요.

뜨거운 한낮 1세, 6세 두 자녀를 45분 넘게 차 안에 방치하고선 경찰관에게 '딱 3분' 쇼핑했다고 변명했으니까요.

그 정도 둘러대는 것쯤은 작은 거짓말이니 별문제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이런 명구가 있습니다. '크거나 작거나 거짓말은 어차피 거짓말이다(Big or small, lies are lies).'

코미디물 '라이어 라이어(Liar Liar·사진)'에서 선생님이 묻고 초등학생 맥스가 대답합니다.

"아빠는 뭘 하시지?"  "아빤 거짓말을 잘해요(He's a liar)." 아이는 덧붙입니다.

"아빠는 정장을 하고 법원에 가 판사랑 얘기해요." 

아이가 '변호사(lawyer)'를 '거짓말쟁이(liar)'라고 한 것이지요.

아이는 잘못 발음한 걸까요, 아니면 아버지로 인해 'liar'가 입에 붙은 걸까요.

맥스의 아빠 플레처는 변호사입니다. 그는 일터에서나 집에서나 큰 거짓말, 작은 거짓말 가리지 않고 해댑니다.

급기야 그는 아들의 생일 파티 약속까지 어깁니다. 맥스가 간곡히 기도합니다.

"딱 하루만이라도 아빠가 거짓말 못 하게 해주세요(I wish, for just one day, Dad couldn't tell a lie)."

과연 소망이 이루어질까요?

날이 밝자 플레처가 미쳐버립니다. 오직 진실만을 말하는 딴판 변호사가 됐거든요.

'車에 애 방치'… 美선 부모 얼굴·실명 공개, 한국선 불가 입력 : 2017.10.08 박상기 기자 김정환 기자)

[추석연휴 괌서 체포된 판사 부부… 외국인도 예외없는 미국]   '머그샷'까지 모두 현지 언론에… 각각 벌금 500달러씩 내고 귀국 국내선 피의자 인권보호 차원, 흉악범 아니면 신상 공개못해 작년 기내난동 한국인 치과의사… 美법원, 징역 3년 실형 선고 한국인 판사·변호사 부부가 미국령 괌에서 두 아이를 차량 안에 방치했다가 체포된 사건이 지난 4일 국내에 전해졌다. 수도권 소재 법원 소속 설모(35) 판사와 국내 최대 로펌의 윤모(38) 변호사였다. 현지법을 잘 몰랐던 법조인 부부는 체포와 구금에 벌금까지 내고 나서야 풀려나 지난 6일 귀국했다. 사건은 괌 현지 매체인 'KUAM 뉴스'의 지난 3일(현지 시각)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KUAM 뉴스는 휴가를 보내던 설 판사 부부가 지난 2일 여섯 살과 한 살인 두 아이를 차량 안에 놔두고 문을 잠근 채 마트에서 쇼핑을 하다가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부부에게 적용된 혐의는 '아동 학대 혐의'와 '아이를 차량 안에 방치한 혐의(경범죄)'였다. 부부가 구금돼 있는 동안 아이들은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졌다. 부부의 혐의와 체포 모습, 실명, 직업,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까지 고스란히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괌 경찰이 촬영한 한국 법조인 부부의 머그샷(mugshot·범인 식별용 사진). 두 사람의 얼굴은 현지 언론에 그대로 공개됐다. /괌뉴스(KUAM NEWS) 캡처 괌 경찰은 부부가 45분가량 아이들을 방치해 혐의가 인정된다며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아동 학대 혐의는 기각하고 경범죄 혐의로만 부부를 기소했다. 부부는 지난 5일 각각 벌금 500달러씩을 선고받았다. 벌금을 내고 귀국한 설 판사는 법원을 통해 "물의를 일으키고 심려를 끼쳐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미국 20여개 주에서는 아이를 차량 안에 방치할 경우 보호자가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고, 처벌도 받는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州法)을 따르는 괌도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에선 더운 날씨에 뜨거워진 차량에 방치된 아이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어 이런 엄격한 처벌 규정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처벌 규정이 따로 없다. 차량에 방치된 아이가 다치거나 숨졌을 때만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처벌된다. 한국이라면 부모의 실명이나 얼굴이 공개되는 일도 일어나기 어렵다. 한국 경찰은 피의자 인권 등을 고려해 살인·강간 등 흉악범에 한해서만 얼굴을 공개하도록 지침을 두고 있다. 그것도 중대한 피해나 공공의 이익, 2차 피해 여부 등을 고려해 극히 일부에 한해서만 적용한다. 7일 괌에서는 여객기 내에서 난동을 부린 한국인 치과의사 권모씨가 최근 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는 소식도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권씨는 작년 4월 부산에서 괌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여객기 안에서 술에 취해 담배를 피우다가 승무원과 실랑이를 벌여 괌에 도착하자마자 체포됐다. 당시 수사기관은 권씨에게 47일형을 선고해 달라고 했지만, 법원은 작년 말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권씨의 형량을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1심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법원은 "권씨가 기내에서 벌인 행동이 얼마나 중대하고 심각했는지를 감안하면 기존 형량(3년형)은 관대한 편"이라며 다시 한 번 3년형을 선고했다. 권씨는 그동안의 구금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1년 6개월을 연방교도소에서 복역해야 한다. 미국 연방법은 기내 난동을 벌인 승객에 대해 최대 20년 이하의 징역이나 25만달러(약 2억9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승객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여서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같은 혐의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조차 지난 3월 기존의 '5년 이하 징역'에서 처벌이 강화된 것이다. 작년 1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2시간여 동안 술에 취해 승무원들을 폭행하고, 포승줄에 묶인 채 욕설을 하고 침을 뱉은 혐의로 기소된 임모(35)씨는 1·2심 모두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외국인에게는 더 관대하다. 올 3월 인천공항에서 홍콩행 비행기를 탄 한 중국인은 좌석 문제로 승무원에게 욕설을 하는 등 난동을 부려 출발 시간을 3시간 지연시켰지만 훈방 조치됐다. 같은 달 미국 애틀랜타에서 인천행 비행기에 탑승한 아일랜드인은 승무원에게 "옆에 앉아 나와 와인을 마시자" "잘 때 옆에서 마사지를 해주면 잠이 잘 올 것 같다"는 등 성희롱을 했다가 인천공항에서 공항경찰대에 넘겨졌지만 당일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