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은 공통점이 많다. 아이들이 엉덩이에 몽고반점을 갖고 태어나는 점부터 닮았다. 양국의 인종적인 유대감 덕분일까. 2015년 퓨 리서치센터 조사에서 베트남인의 82%가 한국에 호의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 아시아 9개국 중에서 가장 높은 호감도다. 베트남은 한국 중국 일본과 함께 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수도가 큰 강을 끼고 있다는 점도 닮았다. 서울의 한강처럼 하노이(河內)에는 홍강(紅河)이 흐른다. 홍강은 철분 섞인 토사 때문에 물이 붉게 보여서 생긴 이름이다. 육·해로가 교차하는 교통중심지이자 대양으로 연결된다. 서울의 역사가 600년이 넘은 것처럼 하노이도 2010년에 천도 1000주년을 맞은 전통의 도시다.
역사적으로는 안남국(베트남) 리(李) 왕조의 왕자 이양흔과 이용상이 고려로 망명해 각각 정선 이씨, 화산 이씨의 시조가 된 인연도 있다. 무신정권 시대의 실권자 이의민이 정선 이씨다. 베트남 성씨는 우리처럼 대부분 한자에서 비롯됐다. 가장 많은 성씨인 응우옌(阮·완) 씨가 인구의 약 40%에 이른다.
민족적 자부심도 강하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을 빼고는 한 번도 남의 지배를 받지 않았다. 베트남 정신의 근간은 독립 영웅 호찌민이 주창한 ‘이불변 응만변(以不變 應萬變)’이다. 변하지 않고 타협할 수 없는 단 한 가지의 원칙으로 수만 가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뜻이다. 통일 후 10여 년 만에 ‘도이모이(쇄신)’ 정책으로 시장경제를 재빨리 도입한 순발력도 여기에서 나왔다.
올해는 양국 수교 25주년이다. 그동안 한국은 베트남 투자 1위국이 됐다. 국내 10대 그룹 중 8곳이 베트남에 진출했다. 현지 체류 한인도 14만 명이 넘는다. 베트남은 전체 인구(약 9500만 명)의 40%가 35세 미만인 ‘젊은 나라’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6.7%에 이를 전망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을 발전 모델로 삼고 싶어한다.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한국의 발전 과정과 미래 과제를 집대성한 《축적의 시간》과 《축적의 길》에 가장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곳도 베트남이다. 이들은 오는 10~11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뒤를 잇는 신흥 강국의 청사진을 펼칠 예정이다.
한류 붐도 뜨겁다. 오늘 열리는 ‘한국 베트남 우정 콘서트’ 입장권 3000장이 3분 만에 매진됐을 정도다. 다음달 13~15일에는 하노이에서 ‘한국·베트남 인재포럼’이 열린다. 포럼 주제는 ‘한강의 기적을 홍강의 기적으로’다. 우리가 폐허의 맨땅에서 일궜던 ‘한강의 기적’이 젊은 베트남의 ‘홍강의 기적’으로 되살아나길 기대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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