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3.02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
[김시덕의 종횡무진 인문학]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중(화인민공화)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헌법에 명기된 국가주석 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하려 하고 있다.
이 소식이 언론에 전해지던 시점에 나는 마침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의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시공사)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 있었다.
"중국처럼 착취적 정치제도하의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머지않아 맥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성장은 또 다른 형태의 착취적 정치제도하의 성장에 불과하며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현대 한국이 이룩한 민주화와 산업화 성과를 폄하하고, 중국식 정치·경제 체제를 긍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권위주의 정부에 맞서 민주주의를 요구해온 사람들 중 몇몇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정치체제를
미래 한국의 롤 모델로 칭송하는 모습에서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자신들이
꿈꾸던 성취를 이룩하지 못했으며, 중국식 집단지도 체제가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중국식 정치·경제 체제가 현재 중국의 고도성장을 낳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는 현대 중국과 같이 국민(농민·위구르인 등)을 억압하면서 성장했으나, 지배 집단의 정치적
우위를 흔들 가능성이 있는 창조적 파괴를 거부한 끝에 성장을 멈춘 숱한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빼앗길 위험을 무릅쓰는 것보다 국민들이 가난하고 무식한 상태로 머무는 편을 선호한다.
그 가까운 사례를 우리는 한반도 북부 지역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이 정치·경제적으로 번성하고 북한이 모든 면에서 세계 최악의 상태인 것은 민족적 이유나 지리적 이유나 문화적
이유에서가 아니다. 저자들은 한반도의 두 국가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이는 유일한 이유가
서로 다른 제도를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
70여 년 전, 한국이 포용적 제도를 선택했고 북한이 억압적 제도를 선택한 것이
이런 결정적 차이를 낳았다는 것이다.
한국과 북한이 통일하면 세계 최강대국이 될 것이라느니, 현대 한국의 발전이 '한민족 DNA'의
우수성 덕분이라느니, 지정학적 요충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는 등의 주장에 대한 통쾌한 반론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쓰모글루,제임스 A. 로빈슨/ 최완규 옮김/ 시공사/ 2012/ 703 p/ |
오늘날 세계불평등의 기원과 그 해결방안을 제시하다!
MIT 경제학과 교수로 활동 중인 저자 대런 애쓰모글루가 15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로마제국, 마야 도시국가, 중세 베네치아, 구소련, 라틴아메리카, 잉글랜드, 유럽, 미국,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증거를 토대로 실패한 국가와 성공한 국가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가 무엇인지 밝혀냈다. 저자는 정치와 경제, 역사를 아울러 국가의 운명은 경제적 요인에 정치적 선택이 더해질 때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지리적, 역사적, 인종적 조건이 아니라 바로 ‘제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특히 남한과 북한을 그 예로 들어 어떻게 이토록 완연히 다른 운명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분석하였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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