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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히스토리아] [94] 라이덴대학

바람아님 2013. 10. 28. 08:56

(출처-조선일보 2011.01.21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독립국가가 되기 전 네덜란드스페인 합스부르크 왕실의 지배하에 있던 속주(屬州)에 불과했다. 경제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스페인이 심한 압박을 가하자 네덜란드의 17개 주 중 북부 7개 주가 반기를 들고 일어나 80년에 걸친 독립전쟁이 시작됐다. 이 전쟁의 결정적 전환점 중 하나가 1573~1574년에 있었던 전략 요충지 라이덴시의 포위 공격이었다.

스페인측이 파견한 진압군을 이끌고 네덜란드에 들어온 알바 공은 1573년에 1차로 라이덴시를 포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다음해 2차 포위 공격 때에는 진압군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큰 데다가 식량이 떨어져 가고 있었기 때문에 라이덴 시민들은 더 이상 지탱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항복을 고려했다. 이때 네덜란드 독립운동의 정신적 지주이며 오늘날 이 나라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오라녀 공(Oranje·흔히 영어식으로 오렌지 공이라 부른다) 빌렘은 비둘기를 날려 보내 석 달만 버텨줄 것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제방을 터뜨려 이 지역을 물바다로 만들어 진압군을 곤경에 빠트리고, 바다로부터 구원군을 실은 배를 보내 포위를 풀고자 했다.

그렇지만 5월에 시작된 이 반격작전은 실제로는 10월이 되어서야 끝났다. 그 동안 여러 차례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식량 부족에 시달리던 수천명의 시민들이 굶어 죽었다. 마침내 스페인군을 몰아내기는 했지만 국토의 많은 부분이 해수면 아래에 위치한 이 나라에서 제방을 터뜨린 결과는 실로 참담했다. 모든 것이 진흙탕에 묻혀버린 것이다. 시에 진군한 구원군은 우선 굶주리는 시민들에게 흰 빵과 청어를 제공했다. 오늘날에도 이날의 승리를 기념하는 축제일(10월 3일)에는 시청에서 흰 빵과 청어를 무료로 나누어주는 관행이 있다.

막대한 피해를 입은 라이덴시에 보상을 하고 싶었던 오라녀 공은 시민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고, 시민들은 대학을 설립해 달라고 부탁했다. 1575년 네덜란드 최초의 대학이 라이덴에 설립되었다. 이것이 그로티우스와 헤인시우스 같은 걸출한 학자들을 배출하고 유럽 최고의 명문 대학 중 하나로 성장한 라이덴대학
(Universiteit Leiden)이 설립된 유래이다. 



(각주-라이덴대학 )

레이던 대학교(네덜란드어: Universiteit Leiden)는 레이던 시에 위치하며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다.

이 대학교는 1575년 오렌지 공 윌리엄이 설립하였다. 그는 8년 전쟁시의 네덜란드 반군의 지도자였다. 이러한 인연으로 네덜란드 왕실인 오라녜나사우 왕가와 레이던 대학교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베아트릭스 여왕과 빌럼알렉산더르 국왕이 공부하였다. 2005년 베아트릭스 여왕은 명예 학위를 레이던 대학교에서 받았다.

오늘날 이 대학교는 50개의 학과와 150개의 학부 프로그램을 유지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지녔다. 2007년 세계 대학교 랭킹에서 71위에 자리매김 하였고 유럽에서는 20대 대학에 포함된다. 네덜란드에서는 2위에 올랐다. 2008년 타임즈 고등교육 순위에서 레이던 대학교는 전 세계 대학 중에서 64위에 올랐다.레이던 대학교에는 40개 이상의 국립과 국제 연구기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