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人文,社會

[주경철의 히스토리아] [95] 시모 해이해(Simo Hayha)

바람아님 2013. 10. 29. 09:06

(출처-조선일보  2011.01.28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소말리아 해적을 진압하는 데 혁혁한 공을 쌓은 청해부대의 UDT/SEAL요원들의 활약 중에서도 요동이 심한 헬리콥터 안에서 해적을 저격하는 데 성공한 일이 화제가 되고 있다. 요원들은 흔들리는 그네를 타고 사격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끊임없는 훈련이 명사수를 만들었을 것이다.

역사상 가장 탁월한 저격수는 누구였을까?

대부분의 군사사(史) 전문가들은 핀란드의 저격수 시모 해이해(Simo Hayha·1905~2002)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백색 죽음'이라는 별명을 지닌 그는 1939년에 발발한 소련-핀란드 전쟁, 일명 '겨울전쟁'에서 스탈린군과 맞서 상상을 초월한 전과를 올렸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39년 11월 30일에 핀란드로 침공해 들어간 소련군은 한 달 안에 손쉽게 점령을 끝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핀란드군은 예상외로 강력하게 저항해서 다음해 3월까지 버텼다. 그 결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국토의 10% 정도를 소련에게 넘겨주었지만 이웃한 발트 3국과 달리 소련에 완전히 병합되는 결과는 피했다.

시모 해이해는 원래 평범한 농민이자 사냥꾼이었다. 다만 사격에 천부적 소질이 있어서 입대하자 곧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100일 정도 참전한 동안 그가 라이플총으로 살해한 적군(赤軍)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505명이고, 비공식 기록까지 더하면 542명이다! 여기에 더해서 기관단총으로 20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하니, 그의 손에 죽은 사람이 최소한 700명이 넘는다.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극한 상황에서 하얀색 옷을 입어 위장한 채 구식 총으로 정확하게 목표를 맞추는 이 인간 사냥꾼은 소련군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소련군은 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결국 그 자신 적군이 쏜 총탄에 얼굴을 맞아 큰 부상을 당했다. 턱과 왼쪽 뺨이 모두 날아가는 총상을 입고 의식을 잃었지만 목숨은 구했다. 일설에 의하면 소련군이 핀란드에서 그렇게 고전한 것을 지켜본 히틀러가 소련을 공격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다시 평범한 사냥꾼이 된 그는 어떻게 그렇게 사격에 능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한마디로 "연습"이라고 답했다.



(참고 이미지 - 시모 해이해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