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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73] 뜨거운 눈물

바람아님 2013. 10. 30. 22:54

(출처-조선일보 2010.08.23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나는 몇 년 전부터 툭하면 북받치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종종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남자들은 중년이 되면서 슬슬 여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기 시작하여 괜스레 감성적이 된다. 사실 나는 남자치고 원래 눈물이 좀 많은 편이다. 초등학교 시절 '저 하늘에도 슬픔이'라는 영화를 보며 캄캄한 영화관 안에서 거의 대성통곡 수준으로 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다행히 요즘엔 남자도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시대가 되어 조금은 더 편하게 운다. 명색이 생물학자인지라 호르몬 설명은 그럴 듯하게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솟을 때면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지 의아하긴 마찬가지이다.

과학자들은 세 종류의 눈물을 구별한다. '기저 눈물(basal tears)'은 방울로 맺히는 게 아니라서 우리가 사실 눈물로 인식하지 못한다. 눈을 깜박일 때마다 눈알의 표면을 얇은 막으로 덮어 기본적인 보호 또는 윤활 역할을 해준다. '반사 눈물(reflex tears)'은 눈에 먼지 같은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나 양파를 썰 때 갑작스러운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흘리는 눈물이다. 대부분의 과학자는 상당수의 포유동물들이 이 두 종류의 눈물을 흘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억울함 혹은 동정심 등의 심리 현상에 의해 때로 엄청난 양을 쏟아내는 '감정의 눈물(emotional tears)'은 오직 우리 인간만이 흘릴 줄 안다고 믿는다. 다른 두 종류의 눈물이 주로 물과 염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 비해 감정의 눈물에는 엄청나게 많은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다. 전체의 거의 4분의 1이 단백질이다.

오랫동안 코끼리, 낙타, 그리고 소를 관찰해온 학자들은 그들도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고 항변한다. 스스로 분석해보니 나 역시 고통스러울 때보다는 감동을 받았을 때 더 자주 눈물을 흘린다. 남들이 연출하는 감동적인 장면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삶을 돌이켜보며 언뜻 누군가에게 감사한 마음이 우러나올 때 더욱 울컥 눈물이 치민다. 나는 내가 한 노력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받아 누린 사람이다. 여태껏 한번도 남을 해코지하지 않으며 이만큼 살 수 있었던 것만 해도 나는 복을 넘치도록 많이 받은 사람이다. 요즈막 들어 부쩍 고마운 이들의 얼굴이 자꾸 아른거린다. 미처 훔치지 못한 눈물이 키보드 위로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