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1.01.07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사람은 150세까지 살 수 있을까? 텍사스대학의 스티븐 오스태드 교수는 "앞으로 20~30년 안에 인간 수명을 30% 정도 추가로 연장시키는 약이 개발돼 지금 살아있는 사람 중 한 명이 '150세 기록'을 세울 것"이라 주장한 반면, 일리노이대학의 스튜어트 올샨스키 교수는 "인간은 노화를 막을 수 있게 설계되지 않았으며, 인간의 기대수명은 85세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150세 인간은 나오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두 학자는 각자 150달러씩 내서 150년간 주식시장에 묻어두어 2150년에 그 돈이 약 5억달러가 되도록 만든 다음 150세 인간의 출현 여부에 따라 그들의 후손이 돈을 찾아가는 내기를 했다고 한다.
적어도 역사 기록상으로는 150세를 넘긴 사람이 이미 존재한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올드 파(Old Parr)라는 위스키를 알 것이다. 이 술은 152세까지 살았던 영국인 토머스 파(1483~1635)를 기념하여 만든 위스키이다. 그는 80세에 결혼해서 두 아이를 낳을 정도로 건강했다. 자신이 그토록 건강한 이유는 채식과 도덕적 자제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100세에 다른 여인과 염문을 뿌리며 아이까지 낳은 것을 보면 그의 주장이 꼭 맞지는 않는 것 같다. 그는 본부인이 사망하자 122세에 재혼도 했다. 그가 유명해지자 영국 국왕 찰스 1세가 그를 런던으로 불러 만나보았다. 그는 곧 런던의 명물이 되었지만 이런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가 충격을 주었는지 얼마 후 사망했다. 국왕은 올드 파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히는 영광을 허락했다.
토머스 파는 정말 150세를 넘겨 산 것일까? 당시의 유명한 의사인 윌리엄 하비가 그의 사체를 해부한 결과가 남아 있는데, 이를 검토한 현대 의학의 결론은 토머스 파의 실제 나이는 70세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동명의 그의 할아버지 기록과 혼동되었으리라는 것이 일반적 추론이다.
토머스 파 할아버지는 일단 '150세 인간'의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에는 하자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실제 150세까지 산다면 그것은 진정 축복일까? 건강하게 산다면야 문제없을 테지만, 그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 그러니 우선 배중물(杯中物=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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