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18.07.07. 04:05
‘오늘은 천렵(川獵)하고 내일은 산행(山行) 가세 꽃달임 모레 하고 강신(降神)은 글피 하리 그글피 변사회(邊射會)할 제 각지호과(各持壺果)하시소.’
조선 숙종 때이니 300년쯤 전 김유기라는 이가 지은 시조입니다. ‘오늘은 냇가에서 물고기 잡아먹으며 놀고, 내일은 산행 가고, 모레는 꽃달임, 즉 화전(花煎)놀이(진달래꽃을 얹어 전을 부쳐 먹고 노는 것으로, 음력 3월 3일에 했음)하고, 산제사는 글피 지내고, 그글피 활쏘기대회를 하니 술(호리병 壺)과 안주(과일 果)는 각자(各) 지참(持)하시라’는 내용입니다. 한량의 냄새가 풀풀 납니다.
위 ‘산행’은 총, 활 등으로 산이나 들에서 짐승을 잡는 ‘사냥’의 옛말입니다. 지금은 산길을 걷는 것을 산행이라고 하는데. 약육강식, 먹이사슬에서 힘센 놈이 약한 짐승을 먹이로 잡는 것 또한 ‘사냥’한다고 하지요.
수렵(狩獵)도 사냥입니다. 狩는 사냥의 뜻 외에 진흥왕순수비(眞興王巡狩碑)에서 보듯 왕이 국토를 ‘순수(순찰)’한다는 의미도 가졌지요. 獵은 獵師(엽사, 사냥꾼) 密獵(밀렵, 몰래 사냥함) 涉獵(섭렵, 물을 건너다니며 사냥한다는 뜻으로, 많은 책을 읽거나 여기저기 다니며 두루 경험함) 등에 들었습니다.
한국 축구가 독일을 무너뜨렸지요. 사냥꾼이 사냥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예입니다. 영원한 ‘유일 강자’는 없다는 사실, 역사가 말해주는데 그걸 모르는 자도 있고 그런 나라도 있습니다.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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