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먹은 아이는 다르다? 한국 사회 육아의 민낯 (조선일보 2018.09.08 이해인 기자)
"학원 뺑뺑이 도는 우리 애 볼 때마다 안쓰러워 죽겠다"고 시작된 푸념은 "남들만큼 투자 못 해줘서 미안하다"는 말로 끝난다. 대한민국의 부모라면 비슷한 정서를 갖고 있다. 잘못된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음을 잘 알지만 이내 현실에 적응하는 쪽을 택한다. 소비로 자신을 증명하는 게 천박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가 기죽을 걱정에 지갑을 여는 게 부모다. 부모 개인의 문제로 돌리기보단 이런 부모들을 만들어 내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산후조리원은 "모유를 먹고 자란 아이들은 다르다"며 여성을 '모성 가득한 엄마'로 길러낸다. 시중 육아서들은 '모든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고 핏대를 세워 죄책감을 갖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이상적' 육아라며 항생제 안 먹이기와 같은 이상한 육아법을 내놓는다. 육아마저 경쟁을 벌이는 부모들의 탄생이다. 이 책이 육아의 답을 내려주진 않는다. 하지만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자화상과 직면하는 순간 '과연 시민을 기르는 육아를 하고 있는가?'라는 성찰의 시간이 찾아온다. 문제를 스스로 짚어보는 것도 부모로서의 의무다. 그 과정을 통해 진정한 부모로 성장한다. |
끝없이 발명해온 인간… 능력을 과신하지 마라
레네 슈뢰더 지음|문항심 옮김|은행나무|272쪽|1만5000원 뇌로 세상에 없는 것을 생각해낼 수 있게 된 7만 년쯤 전부터, 인류는 본격적으로 정해진 운명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도구, 언어, 신(神), 문자, 돈, 증기기관, 파시즘, 인터넷, 피임약 등의 발명은 그 저항의 결과다. 마침내 진화를 조종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도 갖게 됐다. 이제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는 자신이 누구인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결국 어디로 가는지 알게 된 걸까? 저자는 오스트리아의 생화학자이자 과학저술가. 이 철학적 질문에 대한 자연과학의 답을 찾아 천체물리학, 인지심리학, 생명과학을 종횡무진 넘나든다. 광대한 우주 속에 인류는 미약한 존재지만, 자연선택의 힘을 인지 능력과 새로운 발명으로 극복해온 유일한 종이다. 환경 파괴 등으로 자멸하지 않으려면, 이제 "스스로 무지를 인정하고 이성의 힘을 키우는 '제2의 계몽', 새로운 인간의 발명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5300년 전 미라의 위장 속 박테리아로 인류 이주 경로를 추적하고, 태초의 지구를 재현한 실험에서 스스로 질서를 세우는 생명체의 속성을 짚는 과학 얘기들은 흥미롭다. 많은 정보를 단순화해 담은 탓에 산만하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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