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9.22 최서정 곡물 트레이더)
최서정 곡물 트레이더
대학 졸업을 앞두고 귀농의 꿈을 꾼 적 있다.
호기롭게 밭에 뛰어들었다가 반나절도 안 돼 파김치가 되어 버렸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일단 돈 버는 방법을 배우자고 생각해 종합상사에 들어갔다.
식량 사업실에서 곡물 거래를 담당했다.
종합상사는 다양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술자리는 매번 길었다.
상사맨들이 품은 이야기보따리가 어찌 그리도 많은지….
그들은 정장 차림으로 서류 가방 하나 들고 사우디아라비아·호주·브라질 등 세계로
뻗어나가 큰 계약을 성사시키고, 베트남의 항구와 항구 사이를 스피드 보트로 오가며
구리와 석탄 등을 거래하고, 양국의 거래처가 자신의 편의만을 주장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때 다음 계약을 좋은 조건으로 해주겠다는 구두 약속만으로 거래를 만들어냈다.
오랜 시간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산전수전을 겪은 선배 상사맨들의 일화(逸話)는 밤의 끝을 잡고 이어졌다.
그 숱한 체험의 역사를 나 역시 이어가고 있다.
지난 3년간 종합상사를 다니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 '나는 대한민국 상사맨이다'(미래의창)를 썼다,
세계 곳곳으로 곡물을 사고팔러 다니는 일을 통해 세상을 보는 안목이 넓어졌음을 느낀다.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몰라 무장 군인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우크라이나에서 밀을 수입했고, 소와 인파로 붐비는
인도에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오해를 풀고 호화스러운 대접을 받기도 했다.
현지 항만 노동자, 선원들과 함께 운동장만 한 벌크선에서 인생 얘기를 나누며 곡물을 실어 날랐다.
오늘도 끝없이 이어질 대한민국 상사맨들의 이야기에 이 책을 조심스레 보탠다.
이 역동적인 물줄기에 합류할 독자들을 기다리면서.
졸업 후 종합상사에 입사한 저자가 전 세계 곡물 거래의 최전선에서 겪은 시장 조사, 계약서 작성, 의견 조율, 주문, 분쟁 등 경험을 생생히 담았다. 1만4000원. |
나는 대한민국 상사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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