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만 공격을 택한 일본… 자멸의 길로 빠진 세 번의 실수
(조선일보 2018.09.22 김태훈 출판전문기자)
왜 전쟁까지
가토 요코 지음|양지연 옮김|사계절
440쪽|2만1000원
역사에 '만약'은 없다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역사에서 교훈을 찾는 작업은
결국 실제의 집을 허물고 '만약'이라는 집을 짓는 행위다.
일본 근대사를 전공한 저자 가토 도쿄대 교수에 따르면 1941년 12월 진주만 공격으로
자멸의 길을 택하기까지 일본엔 전쟁을 피할 수 있는 세 번의 기회가 있었다.
1931년 발발한 만주사변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국제연맹 조사단이 작성한 리튼 보고서는
침략 피해를 본 중국에 오히려 대폭 양보할 것을 권하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일본은 이 보고서가 중국 측 손을 들어줬다고 여론을 호도함으로써 국제연맹에서 탈퇴하는
첫 번째 악수(惡手)를 두고 말았다.
두 번째 실수는 2차대전 발발 이듬해인 1940년 독일·이탈리아와 맺은 3국 군사동맹.
일본은 독일이 유럽 전선에서 승리해야 전후 자국이 동아시아 지배권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희망 사고를 퍼뜨렸다. 이로 인해 일본은 독일의 객관적 전력을 파악하는 데 실패하고 전쟁에 한 발 더 다가갔다.
진주만 기습 결정에도 잘못된 여론 형성이라는 실수가 반복됐다.
미국과 영국은 진주만 공습 전날까지도 일왕에게 타협을 요구하는 전보를 보내고 독일과의 동맹을 파기하라고
권고했지만 일본 내 강경파들은 미국의 대일(對日) 석유 금수 조치를 비난하며 전쟁에서 벗어날 길을 스스로 차단했다.
저자는 아베 정권이 2015년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도 태평양 전쟁을 부른 일본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일본은 불가피하게 세계대전으로 떠밀렸다'는 정부의 자위적 인식은 향후 일본이 새로운 선택의 순간을 맞았을 때 잘못된 패를 잡게 할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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