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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90] 노인의 날

바람아님 2018. 10. 3. 09:50
조선일보 2018.10.02. 03:11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어제는 유엔이 정한 '국제 노인의 날'이고 오늘은 우리 정부가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노인의 날'이다.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홈페이지를 열면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대한민국'을 반드시 실현하기 위해 국민과 현장의 목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이 뜬다. 위원회 이름을 보면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고루 다룰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저출산 문제에만 집중하겠다는 것 같아 적이 불편하다.


정부가 청년 실업 문제에 코를 박고 있는 동안 노인 일자리 문제는 조용히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70~74세 고용률은 물경 33.1%에 달한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15.2%)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65~69세 고용률(45.5%)도 아이슬란드(52.3%) 다음으로 세계 2위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언뜻 노인 일자리 상황은 청년 일자리와 달리 퍽 양호한 듯 보인다. 문제는 빈곤율이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빈곤율은 43.7%이다. 유럽 28국보다 월등하게 높다. 노인 서너 명에 한 명꼴로 일하는데 10명 중 4명 이상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딱히 모아놓은 게 없어 계속 일해야 하지만 좋은 일자리는 찾기 어렵다.


노인 빈곤과 저출산이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출산 적령기의 젊은 세대 관점에서 제 앞가림조차 제대로 못 하는 노인을 바라보라. 자기들을 기르느라 노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부모지만 막상 모실 걸 생각하면 마음 놓고 아이를 낳기 어렵다. 게다가 먼 훗날 자신도 겪어야 할지 모른다 생각하면 자식 낳기가 두렵기까지 할 것이다. 저출산과 노인 빈곤 문제는 서로 엮여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함께 풀어야 한다. 노인 문제는 인권 문제다. 평생 가족과 사회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빈곤에 시달리게 내버려두는 것은 엄연한 인권유린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