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시린 눈물이 넘쳐/ 저리도 시퍼렇게 물들였을까." 목필균 시인의 '가을 하늘'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릴 때 올려다보던 가을 하늘이 얼마나 청명했는지 이젠 기억도 나지 않지만, 이번 가을 우리는 참으로 오랜만에 쪽빛 하늘을 만끽했다. 그 시리도록 자욱했던 미세 먼지는 다 어디로 갔을까?
과학 실험에는 두 종류가 있다. 실험자가 능동적으로 상황을 조정하며 결과를 도출해내는 조작 실험(manipulative experiment)과 상이한 자연 상태들을 비교 분석하는 관찰 실험(observational experiment) 또는 자연 실험(natural experiment)이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명확한 데이터도 없이 미세 먼지의 발생 원인이 국내와 국외 얼추 절반이라는 두루뭉술한 답변만 내놓았다. 중국 정부는 2008년 올림픽을 준비하며 베이징 인근 공장을 모두 닫고 지방 자동차의 도시 진입을 전면 통제했다. 때마침 중국과학원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던 나는 놀랍도록 깨끗해진 베이징 공기를 마시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미세 먼지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우리 정부도 발전·산업·수송·생활 등 4대 핵심 배출원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 수준으로 노후 석탄발전소와 공장을 폐쇄하거나 노후 경유차 운행을 전면 금지하지는 못했다. 가을 내내 동풍이 늘 안성맞춤으로 불어줬을 리도 없다. 그런데도 이번 가을 우리나라 공기는 충분히 마실 만했다. 그렇다면 이 관찰 실험의 결론은 명백해 보인다. 중국발 미세 먼지가 주(主)원인일 수밖에 없다. 국내 원인이 없는 건 결코 아니지만 문제 수준은 아닌 듯싶다.
날씨가 쌀쌀해져 중국이 난방을 시작하면서 우리의 삶도 또다시 숨막히는 연옥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실질적인 차원에서 구태여 따진다면 우리나라 미세 먼지는 환경부가 아니라 오히려 외교부 소관이다. 최대 교역국이라 통상에 껄끄러움이 있겠지만 외교로 풀어야 할 소지가 다분하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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