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미국에서 듣던 우스갯소리다. 목사님이 한 독실한 교인의 집에서 성경 공부를 시작하며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제일 자주 보시는 책을 가져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그러자 아이는 성경책이 아니라 시어스(Sears) 카탈로그를 가져왔다. 요즘 말로 '웃픈' 얘기다.
그랬던 시어스가 문을 닫는단다. 미국 도시마다 거만하게 버티고 선 쇼핑몰 한쪽을 굳건히 지켜오던 시어스가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무려 132년 동안 쇼핑의 상징처럼 군림하던 시어스가 전국 687개 매장 중 그나마 아직 이익을 내는 곳은 남겨둔 채 142개 매장에서 폐업 세일을 시작했다. 구조 조정을 통해 회생을 도모하겠지만 '아마존 칸(khan)'의 제물이 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즈음이다.
1990년대 중반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 나는 그 없는 살림에도 남들처럼 소니 TV를 사 들고 왔다. 그러던 소니를 삼성이 앞지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 삼성을 지금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이 턱밑까지 치받고 있다. 삼성의 권좌가 영원할 수 없음은 일단 확률적으로 자명하다.
시어스의 어려움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 우리도 살면서 삶이 꼬이는 걸 뻔히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것처럼 기업도 선뜻 헤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소니가 최근 애완 로봇 아이보(Aibo)를 출시하며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한동안 실패의 반면교사 대표 사례로 언급되던 노키아는 무선 네트워크 장비 시장을 공략하며 되살아나고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GE)도 얼마 전 금년에 이익을 거의 내지 못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5년 디지털 회사를 만들며 2020년까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강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순탄치 않다. 하지만 나는 GE와 다른 기업 간에 분명한 차이를 읽는다. GE는 늘 완전히 주저앉기 전에 출구를 찾는다. 삼성도 그래야 한다. 2010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며 내걸었던 10년 먹거리 전략은 어찌 돼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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