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9.18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국수라면 하루 세끼를 내리 먹어도 질리지 않을 나지만 컵라면은 왠지 꺼림칙하다.
아무리 잘 밀봉돼 있더라도 국수가 상하지 않도록 방부제를 잔뜩 넣지는 않았을까,
뜨거운 물을 부으면 스티로폼 용기에서 유해 물질이 우러나오지 않을까,
칼로리가 너무 높아 살이 찌지 않을까 등등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컵라면은 47년 전 오늘 일본에서 태어났다. 타이완 태생 일본인 안도 모모후쿠가 삶은 국수를 방수 처리한
스티로폼 용기에 넣어 팔기 시작했다. 원래는 고급 음식으로 개발돼 가격이 무려 35엔이었다.
당시 우동 한 그릇 가격의 여섯 배나 되는 바람에 전혀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누구나 냄비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구태여 컵에 들어 있는 라면에 끓은 물을 부어 먹을 까닭이 없었다.
그러다가 1972년 나가노현 아사마 산장(山莊) 인질극 현장에서 기동대원들이 컵라면을 먹는 모습이 TV로 방영되며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어 1980년대 편의점의 폭발적인 증가와 1990년대 1인 가족의 증가에 힘입어
바야흐로 컵라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도 1972년 삼양식품이 컵라면을 출시했지만 봉지 면보다 4배나 비싼 가격에 고전하다 끝내 단종됐다.
1981년 농심에서 '사발면'을 내놓으며 부활한 용기 면 시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간편한 한 끼 음식으로
부각되며 폭발적인 성장을 누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컵라면을
포함한 용기 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1억원이 증가해 7.5%의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라면 시장 전체 성장률(3.5%)의 두 배를 웃도는 성장 폭이다.
하지만 용기면 시장은 조만간 상당한 위기를 맞을 것이다.
플라스틱 빨대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 '진지한' 소비자들이 머지않아 컵라면 용기를 문제 삼을 것이다.
소비자가 들고 일어나기 전에 기업이 먼저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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