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주범은 단연 이산화탄소다. 우리 인간이 화석연료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바람에 대기권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서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 지금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2050년대에는 550PPM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생태계 변화는 그동안 주로 경작지 변천과 생산성 차원에서 논의됐다.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농작물의 경작지가 점점 극지방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청도 복숭아는 이제 충북 충주와 강원도 원주, 춘천 등지에서 잘 자란다. 대구 사과는 이제 옛말이 됐고 요즘엔 강원도 영월과 정선, 심지어는 양구에서도 익는다.
기후변화의 긍정적 효과도 점쳐진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오르면 식물은 더 크게 더 빨리 자란다. 광합성 초기 단계에서 생성되는 화합물이 탄소 원자 3개 혹은 4개로 구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C3 혹은 C4 식물로 나뉘는데, 특히 C3식물이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인류의 곡창인 온대 지방에서 주로 경작하고 있는 밀·쌀·콩 등이 바로 C3 식물이라 자연스레 식량 증진에 관한 기대가 크다.
그러나 최근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진이 과학 학술지 '네이처 기후 변화'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양보다 질이 문제란다. 현재 인류는 단백질의 63%, 철분의 81%, 그리고 아연의 68%를 식물에서 얻고 있는데,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밀이나 쌀 등의 영양분 함량이 줄어든다. 허기는 채울 수 있을지 모르나 자칫 영양실조에 걸릴까 두렵다.
논문에 따르면 인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2050년경이면 무려 1억명 이상이 아연과 단백질 결핍에 시달리게 된단다. 산모와 아이들이 특별히 취약하다. 지금 우리의 의식주 생활 방식이 미래 세대의 식량과 삶의 질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변화는 참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옥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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