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책·BOOK

<서평> 조선 선비의 중국 견문록 외

바람아님 2019. 1. 20. 19:09


淸의 신문물에 아찔해진 조선 지식인의 마음 풍경


(조선일보 2019.01.19 곽아람 기자)


'조선 선비의 중국 견문록'조선 선비의 중국 견문록

김민호 지음|문학동네|320쪽|2만원


"이 책문(柵門)은 중국의 동쪽 변두리임에도 오히려 이러하거늘 앞으로 더욱 번화할 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한풀 꺾여서 여기서 그만 발길을 돌릴까 보다 하는 생각에 온몸이

 화끈해진다."


1780년 청 건륭제의 70세 탄생일을 축하하고자 중국에 들어가던 연암(燕巖) 박지원은

당시 조선과 청의 실질적 국경이었던 책문을 둘러본 소감을 이렇게 기록했다.

조선에서는 보지 못한 화려한 문물을 만난 박지원은 '문화의 힘'에 주눅이 들지만,

이내 마음을 돌려 객관적으로 선진문명을 둘러보겠다고 다짐한다.


한림대 중국학과 교수인 저자는 연행록(燕行錄)과 표해록(漂海錄)을 통해 연행사와 조선 선비들이 방문하고 상상했던

중국 지역의 이미지를 살펴본다. 명말청초 연행록에서 강하게 나타나던 청에 대한 오랑캐 이미지는 18세기에 들어서면서

희석되기 시작한다. 북학파 계열 연행사 홍대용은 청나라 방문이 수십 년 평생의 소원이라고까지 하며 중국 방문을

기대했다. 청대 문화의 중심지 유리창, 서양의 과학기술을 만날 수 있었던 천주당 등에서 신문물을 접하며 부러움과

위기의식을 함께 느꼈던 조선 지식인들의 속내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가상현실서 만난 사랑… 불륜인가, 아닌가


(조선일보 2019.01.19 이한수 기자)


'미래는 와 있다'미래는 와 있다
피터 루빈 지음|이한음 옮김|더난|340쪽|1만7000원


'기술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부제를 달았다. 가상현실(VR)은

증강현실(AR)과 결합해 인공적 세상을 현실처럼 느끼게 하는 환상을 만들어낸다.

가상현실 기술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혼동하는 교차점을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은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굳이 먼 나라로 여행할 필요가 없다.

현실처럼 생생한 가상현실에서 바닷길을 걸으며 고요히 별빛을 바라보는 행복을

맛볼 수 있다. 유명 연예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영화 속 등장인물에게 말을 걸 수도 있다.

미술 수업 시간에 루브르 박물관으로 찾아가 모나리자를 감상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


이성 관계도 변화한다. 가상현실에서 누군가와 만나 아찔한 사랑을 나누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누군가는 가상일 수도 있고 가상현실을 이용하는 또 다른 유저일 수도 있다.

그와 느끼는 친밀감은 불륜인가, 아닌가.


미국 과학기술 잡지 '와이어드' 편집자인 저자는 앞으로 10년이면 현실과 구분이 안 되는 가상현실이 구축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때 "우리는 인간으로 남을 수 있을까" 질문한다.
 

나이 듦을 서러워마라 '지혜'가 꽃 필 것이니


(조선일보 2019.01.19 최보윤 기자)


노인은 없다
마크 아그로닌 지음|신동숙 옮김|한스미디어|320쪽|1만5800원


'나이 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는 충고가 끊이지 않지만, 늙음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흰머리나 주름 같은 노화의 증거를 나날이 체험하는 건 슬픈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신의학전문의인 저자는 나이 드는 것은 성장 과정의 일부이고, 노년이어서 생기는 장점도 많다고

역설한다. 우선 스트레스에 대응하고 '회복 탄력성'이 커진다.

두뇌의 감정 조절 중추인 안와내측 전전 두피질이 두려운 감정을 유발하는 편도체보다 우세하기 때문이다.

축적된 정신적 능력인 '지혜' 역시 노년기에 꽃을 피운다.

노년기 '창의성'은 최근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부분이다.

71세에 "죽음에서 부활한" 화가 앙리 마티스는 건강을 찾은 뒤 기발한 방식으로 화폭을 채운다.

종이를 오려 붙이는 기법으로, 마티스의 대표작인 '이카루스'(1946)가 이때 탄생했다.

저자는 마티스가 친구들과 다정한 교류로 한층 창조력과 지혜의 힘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노화에 부정적이며 변화를 거부하는 이들은 오히려 퇴보하며, 긍정적인 이들의 생존율이 7.5년 더 길다는 것도 덧붙인다.

장기요양 보호 기관에서 만난 여러 사례를 인용해 공감대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