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2018년 출산율이 공표되면 우리 사회가 또 한 번 요동칠 것이다. 유사 이래 처음으로 1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2017년의 출산율 1.05도 역대 최저로 충격적이었지만, '영점'으로 시작하는 수치가 안겨줄 충격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우리 정부는 출산율이 대체출산율 2.1보다 낮아진 1983년 이후에도 계속 산아제한 정책을 밀어붙이다가 1999년에야 공식 폐기했다. 그러나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2002년 드디어 출산율이 당시 세계 최저 수준인 1.17로 급감했다. 자연생태계에서 동물개체군의 변동을 연구하던 나는 스스로 번식을 자제하는 기이한 동물인 '한반도 호모 사피엔스'에 관해 책을 쓰기로 했다.
그 책이 바로 2005년에 출간된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이다. 평생 책을 쓰며 살았지만 책을 내고 그렇게 많은 욕을 먹은 적은 일찍이 없었다. 우선 동료 교수들의 질책이 따가웠다. 생물학자가 세포나 들여다보지 무슨 고령화 책까지 쓰냐는 것이었다. 고령화만큼 철저하게 생물학적 현상도 별로 없는데 싶어 적이 섭섭했다.
그 책에서 나는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두 가지 주장을 해서 비판을 자초했다.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으로 나는 이민을 허용하고 정년제를 폐기하자고 주장했는데 너무 앞서간 듯싶긴 하다. 하지만 13년이 지난 지금 사뭇 성급했던 나의 주장들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지난 13년간 우리 정부는 143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으나 출산율은 끝 모르게 곤두박질치고 있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의 에필로그에서 나는 "혁명적인 문제에는 혁명적인 발상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우리 정부는 정책을 수립할 때마다 거의 습관적으로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한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에 관한 한 벤치마킹은 아무 소용이 없다. 세계에서 우리가 맨 먼저 부딪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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