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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公益에 私益 얹기

바람아님 2019. 1. 27. 16:40

(조선일보 2019.01.26 이한수 Books팀장)


이한수 Books팀장이한수 Books팀장
 
조선시대 당쟁(黨爭)을 탕수육 먹는 방법에 비유한 인터넷 유머가 있습니다.

소스를 부어 먹어야 한다는 '부먹파'는 동인이 되고,

소스에 찍어 먹어야 한다는 '찍먹파'는 서인이 되었답니다.

동인은 다시 '소스를 붓더라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남인

'그냥 부어버리면 된다'는 북인으로 갈라졌다네요.


서인은 '소스에 조금만 담가야 한다'는 , '오래 담가도 된다'는 소론으로 나뉜답니다.

노론은 소론을 향해 '소스에 오래 담근다면 부어 먹는 행위와 뭐가 다른가'라고 공격했다네요.

영조의 탕평책은 '반은 부어 먹고 반은 찍어 먹자'는 제안이었고요,

사도세자는 소스에 담근 탕수육을 다시 간장에 찍어 먹다가 뒤주에 갇혔답니다.

'간장에 찍을 수도 있다'고 동정한 쪽이 시파, '소스에 찍으면 되지 간장에 왜 또 찍느냐'고 비난한 쪽이 벽파라네요.


'조선 선비 당쟁사', '조선시대 당쟁사'■ 조선 선비 당쟁사
이덕일 지음│인문서원 펴냄│2018││424쪽│18,500원


■ 조선시대 당쟁사
1 (사림정치와 당쟁: 선조조~현종조)   309 쪽
2 (탕평과 세도정치: 숙종조~고종조)   414 쪽
저자 이성무│아름다운날│2000.03.28│13,000원
 
우스갯소리지만 꽤 묵직한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죽기 살기로 싸운 당쟁이 참 하찮은 일이었다는 성찰입니다.

이 '탕수육 논쟁'이 말하지 않은 더 큰 문제도 있습니다.

부어 먹어야 한다며 소스 제조권을 독점하고,

찍어 먹어야 한다며 젓가락 사용권을 혼자 차지한 행태야말로

싸움의 본질이었다는 것입니다  .

이념을 내세우는 뒤편으로 자기 이익을 챙기면서 마치 공익을 위해 헌신한 것처럼 자신마저 속이는 짓을 벌였다는

것이지요. 요즘도 벌어지는 풍경입니다.


당쟁을 '붕당 정치'라며 긍정하는 '조선 선비 당쟁사'(인문서원), 부정적 측면을 함께 짚는 '조선시대 당쟁사'

(아름다운날)가 있습니다.

공익에 사익 얹는 일을 정의로 포장하는 일까지 옳다고 보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