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1.26 곽재식·소설가)
곽재식·소설가
'증보 해동이적'은 신선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 놓은 조선 후기의 책이다.
이 책에는 '서천객'이라는 것이 나온다.
금강산에 가끔 나타났다는 이상한 짐승인데, 사람과 비슷한 덩치이면서도 새와 같이
날개를 달고 있어 하늘을 날아다녔다.
이것이 나타난 다음에는 꼭 큰눈이 내렸다고 한다.
한국의 옛 기록들을 읽다 보면 이런 부류의 이야기들을 적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나는 소설가라 이런 소재에
관심이 많았기에 2007년부터 한국의 옛 기록에 나오는 괴물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소개해 왔다.
이번에 나온 '한국 괴물 백과'(워크룸프레스)는 인터넷에 공개해 오던 내용을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내가 모은 282종의 괴물 기록과 그에 대한 내 생각, 이강훈 작가가 새로 그린 300점 이상의 삽화를 합해서
총 600쪽 이상의 분량으로 정리했다.
한국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거나 정리한 자료들은 과거에도 제법 있었다.
그러나 나는 종래의 자료들이 주로 현대에 수집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전설에 초점을 둔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한국 괴물 백과'는 좀 더 다양한 괴물들을 살펴보기 위해 18세기 이전의 기록 속에 나오는 괴물들을
최대한 모아 놓은 책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 괴물은 친근하고 해학적이다" 라거나 "한국 괴물 전설은 한을 담고 있다"는
고정관념을 넘어 훨씬 더 다양한 괴물들을 다룰 수 있었다.
독특한 표지를 두고 한 독자는 "책 자체가 괴물 같다"고 했다.
그 말이 재미있어 나는 이 책 자체를 '283번째 괴물'로 소개한다.
신비한 이야기에 관심 있는 어린이부터, 새로운 소재를 찾는 창작자들이
이 책 한 마리 데려가서 키워 보면 즐거울 것이다.
한국 괴물 백과
저자 곽재식/ 워크룸프레스/ 2018.12.31/ 페이지 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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