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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글로벌 호황, 벌써 끝났는지 모른다/[데스크에서] "現 세대 최악의 불황이 온다"

바람아님 2019. 1. 30. 15:55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글로벌 호황, 벌써 끝났는지 모른다

한국경제 2019.01.29. 00:18


1년 전,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 이전의 호황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호경기는 시작하기도 전에 끝날수도 있다. 불황이 곧 닥친다는 뜻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여전히 올해 세계 경제가 3.5%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수치는 두 번 하향 조정됐다. 브라질 중국 일본 독일 러시아 영국의 지난해 성장률은 이전 8년간 평균을 밑돌았다.


경기 성장세를 둔화시킨 단기적인 요인은 미·중 간 무역마찰과 금융긴축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중앙은행들이 위기 이후에 돈을 왕창 풀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 긴축하는 규모는 얼마 되지 않는다. 이렇게 완만한 긴축이 성장 둔화를 불러오는 이유는 뭘까.


대부분 국가들이 ‘저성장 균형’에 빠져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와 같은 고금리로는 견딜 수 없는 상태다. 경기를 냉각시키거나 과열시키지 않는 수준을 뜻하는 중립금리는 이전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재 미국 중립금리는 0.5%로 역사적 수준인 2%를 밑돈다.


고금리 못견디는 저성장 시대로

저성장 균형의 주된 원인은 인구 동태와 생산성이다. 노동인구 증가율이 전보다 더 낮아졌고 생산성도 이전만큼 늘지 않고 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낮은 중립금리는 투자가 저축에 비해 구조적으로 부족한 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인구 동태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근로자도 고객도 줄기 때문에 투자도 준다. 투자가 줄면 성장률은 낮아진다. 서머스가 말하는 장기정체 상태다.


중국 경제가 서머스의 주장에 부합하는 사례다. 중국은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인프라에 중점 투자한 덕분에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국내총생산(GDP)의 8~12%에 달하는 재정적자, 금융완화, 저금리에 힘입은 것이었다. 하지만 투자 성과는 줄어들고 있다. 자본과 노동의 효율성을 설명하는 총요소생산성은 금융위기 전에는 해마다 2~5%씩 늘어났지만 위기 이후엔 겨우 연 0.5~2%에 그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종전 규모의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면 매년 많은 자금을 빌려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인프라 투자 과열로 채무 위험 증가를 우려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인프라 투자의 증가율은 위기 전엔 평균 연 15~20%였지만 지난해 11월에는 3.5%로 떨어졌다. 인구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해 중국에서 태어난 아기 수는 전년 대비 12% 줄어 1961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약간의 긴축도 고통 초래

미국 경제가 최근 강세를 보인 것도 작년부터 전개된 감세와 재정지출의 확대 그리고 유가 상승에 따라 늘어난 셰일 투자 등에 의한 것이다. 이제 재정지출이나 유가 상승은 더 이상 반복될 것 같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에는 2.6%(연율 기준), 올해 1분기에는 2.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구 전망도 어둡다. 지난해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 수는 1987년 이래 가장 적었다.


이런 상태가 세계가 곧 침체기로 들어간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앙은행은 신중한 작업이 필요하다. 저성장의 세계에서는 아주 작은 금융긴축도 길면서 고통스러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그레이그 입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가 기고한 칼럼 ‘The Global Boom, Barely Begun, May Be Over’를 정리한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독점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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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에서] "現 세대 최악의 불황이 온다"

조선일보 2019.01.29. 03:14
이위재 산업1부 차장

운용 자산만 1247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창업자이자 회장인 레이 달리오는 2000년대 초 '불황 측정지수(depression gauge)'를 개발했다. 채무 위기나 불황 위험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경제가 전개될 때 사전(事前)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브리지워터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측하고 아수라장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 달리오가 최근 부쩍 경제 위기론을 경고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 금융 위기를 예견했던 불길한 예언자들, '닥터 둠(Dr. Doom)'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까지 "우리 세대 최악의 불황이 다가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경제 침체는 시간문제"라며 "이번엔 지난번보다 싸우기 더 힘들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그동안 세계경제 성장 엔진으로 작동하던 미·중 경제는 동반 하락 중이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2020년엔 1%대로 떨어진다는 관측이 파다하다. JP모건은 아예 1.2%까지 낮춰 잡았다.

더 두려운 것은 비책(祕策)이 바닥났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는 경기(景氣)를 회복시킨다는 명분으로 재정 확충, 금리 인하, 세금 감면까지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꺼내 썼다. 이젠 불황이 닥친다면 속수무책으로 '대폭풍(perfect storm)'에 맞서야 할 신세다. 설상가상으로 과거 경제 위기 국면을 탈출할 수 있었던 결정적 원동력인 '글로벌 상부상조'는 포퓰리즘 열풍에 휩쓸려 기력을 잃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부터 '열대의 트럼프'로 불리는 브라질 보우소나루 대통령 당선자, 극우 '오성(五星)운동'이 권력을 잡은 이탈리아, 여기에 터키·멕시코·필리핀·그리스·시리아까지 배타적 국수주의로 무장한 포퓰리즘 정부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포퓰리즘 세력이 얻은 득표율은 2010~2017년 사이 5배로 증가했다. 포퓰리즘은 역사가 입증하듯 경제에 무지(無知)하다. 자유무역을 퇴짜 놓고 관세 전쟁에 골몰한다. 경제 위기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하려면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수인데, "표 떨어진다"는 이유로 걷어찬다. 존 반 리넨 MIT 경제학과 교수가 "올해 세계경제 최대 위협은 포퓰리즘 민족주의 확산"이라고 지적할 정도다.

경제 대외 의존도가 80%를 넘는 한국 경제에 이런 주변 환경은 악몽과 같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는 과연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고 싶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식의 근거 없는 낙관론은 자칫 재앙을 부를 수 있다.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 그런 게 아니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이위재 산업1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