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2.09 이한수·Books팀장)
이한수·Books팀장
'이 나라가 해방될 줄을 미리 안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미리 싸웠던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해방은 하늘이 준 떡이다.'
누가 이렇게 주장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3·1운동과 임시정부의 노력을 폄훼하는 '친일파' 같은 주장이라고 비난이 쏟아지지 않을까요.
인터넷 댓글에 온갖 욕설이 달릴 터입니다. 눈치채셨겠지만 1960~80년대 민중운동가이자 사상가인
함석헌(1901~1989)이 '뜻으로 본 한국역사'(한길사)에서 피력한 주장입니다. 지난 4일이 30주기였습니다.
함석헌 사관을 관통하는 주장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한국 역사가 겪은 고통과 시련은 하느님이 마련하고 준 것이다.'
그런데 하느님은 왜 시련을 주는 걸까요. 고통을 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뜻으로 본 한국역사 : 젊은이들을 위한 새 편집
함석헌 저/ 한길사/ 2005/ 504 p
911-ㅎ413ㄷ/ [정독]인사자실(2동2층)
함석헌이 말하는 핵심은 '반성'입니다.
"사람이 가장 귀한 것은 자기를 돌아볼 줄 아는 일이다.
국민도 스스로 반성할 줄 알아야 국민이라 할 수 있다."
"반성의 목적은 가르침을 얻는 데 있다. 가르침의 목적은 자기를 키우고 발전시키는 데 있다."
우리는 임진왜란·병자호란 겪고도 반성할 줄 몰랐고, 식민지와 전쟁 겪고도 반성할 줄 몰랐다는
지적입니다. 반성이 없으면 고난과 시련은 또 닥친다는 말씀이지요.
함석헌에 따르면 당쟁은 "보통 심리가 아니라 이상 심리에서 나온 것"입니다.
"한국 사람의 살림이 작아지기 시작하고 원래 넓던 마음이 좁아지면서 시작된 것"이라네요.
나눠 먹을 파이가 줄어들면서 당쟁이 심해졌다는 통찰입니다.
나라 살림이 좋아야 싸움도 잦아든다는 말입니다. 뻔한 얘기인데 왜 실천은 어려운 걸까요.
함석헌식으로 말하면 '반성'이 없기 때문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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