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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반성

바람아님 2019. 2. 10. 11:22

(조선일보 2019.02.09 이한수·Books팀장)


이한수·Books팀장이한수·Books팀장


'이 나라가 해방될 줄을 미리 안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미리 싸웠던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해방은 하늘이 준 떡이다.'


누가 이렇게 주장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3·1운동과 임시정부의 노력을 폄훼하는 '친일파' 같은 주장이라고 비난이 쏟아지지 않을까요.

인터넷 댓글에 온갖 욕설이 달릴 터입니다. 눈치채셨겠지만 1960~80년대 민중운동가이자 사상가인

함석헌(1901~1989)이 '뜻으로 본 한국역사'(한길사)에서 피력한 주장입니다. 지난 4일이 30주기였습니다.


함석헌 사관을 관통하는 주장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한국 역사가 겪은 고통과 시련은 하느님이 마련하고 준 것이다.'

그런데 하느님은 왜 시련을 주는 걸까요. 고통을 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뜻으로 본 한국역사'뜻으로 본 한국역사 : 젊은이들을 위한 새 편집
함석헌 저/ 한길사/ 2005/ 504 p
911-ㅎ413ㄷ/ [정독]인사자실(2동2층)


함석헌이 말하는 핵심은 '반성'입니다.

"사람이 가장 귀한 것은 자기를 돌아볼 줄 아는 일이다.

국민도 스스로 반성할 줄 알아야 국민이라 할 수 있다."

"반성의 목적은 가르침을 얻는 데 있다. 가르침의 목적은 자기를 키우고 발전시키는 데 있다."

우리는 임진왜란·병자호란 겪고도 반성할 줄 몰랐고, 식민지와 전쟁 겪고도 반성할 줄 몰랐다는

지적입니다. 반성이 없으면 고난과 시련은 또 닥친다는 말씀이지요.


함석헌에 따르면 당쟁은 "보통 심리가 아니라 이상 심리에서 나온 것"입니다.

"한국 사람의 살림이 작아지기 시작하고 원래 넓던 마음이 좁아지면서 시작된 것"이라네요.

나눠 먹을 파이가 줄어들면서 당쟁이 심해졌다는 통찰입니다.

나라 살림이 좋아야 싸움도 잦아든다는 말입니다. 뻔한 얘기인데 왜 실천은 어려운 걸까요.

함석헌식으로 말하면 '반성'이 없기 때문이겠네요.




블로그내 같이 읽을 거리 :

[인터뷰] 서강대 나와 건명학관 연 최진석 원장


(주간조선 2501호, 2018.04.02)



 - 혁명가 같다.
우리는 혁명의 역사가 있는 나라다. 대학생들이 정권을 바꾼 나라다.
당시 대학생들은 정의와 도덕으로 무장했다.

그들이 사회로 나온 후 정의와 도덕의 질과 양이 증가했는가. 그렇지 않다.


함석헌 선생은 이런 말을 했다.
왜 혁명이 완수되지 않는가. 혁명가가 혁명되지 않은 채 혁명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혁명의 이념이나 학습된 혁명을 실천한 것이지 진정한 혁명이 아니었다.”


 - 정치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새로운 세대의 새 말, 새 몸짓이 필요하다. 20대, 30대 세계관을 가진 지식인이 필요하다.
옛날 이야기는 더 이상 필요치 않다. 새로운 삶의 태도가 간절히 요구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결과지향적 삶을 살아왔다. 결과지향적 삶은 수명을 다했다.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 성취로 이 사회를 채워야 한다.
자리싸움이 아닌 가치싸움이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