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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서가(書架)] 이념에 갇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정책가들에 일침

바람아님 2019. 2. 11. 13:57

(조선일보 2019.02.11 송경모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폴 콜리어 '자본주의의 미래'


폴 콜리어 '자본주의의 미래'자본주의의 미래


자본주의가 아니었다면 지금 같은 번영은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메커니즘으로서 자본주의에 대한

대중의 불만은 누그러질 날이 없다.

그 해법에 대한 우파와 좌파의 대립도 끝이 없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경제학자 폴 콜리어 교수는 '자본주의의 미래'에서

해묵은 이념으로는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으며

철저히 실용주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정책가들은 오직 현실의 증거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해법을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좌우를 막론하고 이념의 자기 확신에만 갇힌 채 그릇된 정책을 양산하고 있다.


역사상 파시스트 독재자들은 물론이고, 최근 돌풍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나

도널드 트럼프 같은 사람들도 한결같이 이념 추종자들로 분류된다.

안타깝게도 유권자들은 실용적인 해법보다는 매력적인 포퓰리스트 구호에만 이끌려 대개 이들에게 표를 던진다.

저자는 인간 행동을 일으키는 가장 큰 동력은 탐욕스러운 이기심이나 성자 같은 이타심보다는 상호 의무

(mutual obligation)와 책임 그리고 사회 내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학자들은 애덤 스미스의 이기심 교설을 곡해한 채 시장 만능주의를 만들어냈고,

정책가들은 선한 의도만으로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어왔다.


살 만한 사회는 좌파나 우파 모두 꿈꾸는 것이지만 일순간 이르는 손쉬운 길은 없다.

뿌리 깊은 이념에 치우쳐 오직 보고 싶은 것만을 보려 하는 정책가들에게 반성의 계기를 줄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