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19.03.17. 21:14
5월이면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만 2년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2년 성적표는 적어도 민생 분야에서는 낙제점이다. 대한민국은 2년간 퇴행만 거듭한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열렸다고 하지만 체감하는 이는 드물고 각종 경제지표는 20여년 전 국가부도 사태 당시보다 추락하고 있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가 없음을 비판하는 국민들을 향해 인내심이 없다고 꾸짖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고용 참사에 책임을 지기는커녕 주중국 대사를 하며 중국 유람이나 할 요량인 듯하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견강부회는 갈수록 태산이다. 후안무치의 극치로 내닫고 있다.
통계청은 2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 수가 26만3000명 늘어난 것만 부각했다. 나라 살림을 풀어 ‘단기 알바’ 창출에 주력하다 보니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39만7000명 증가한 반면 경제 활동 주축인 30대와 40대 취업자 수가 24만3000명 줄어든 현실은 애써 외면했다. 반시장적인 경제 정책이 초래한 희망고문으로는 모자라는지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국민 경제에서 가계와 기업, 정부가 유기적 관계란 사실을 망각한 듯하다. 정부는 기업과 개인,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거나 부각하며 개입 수위만 높이고 있다.
힘을 지닌 정부는 민간 기업에 돈을 내라고 강요하며 온갖 생색은 다 낸다. 정부가 손실을 보는 경우는 전혀 없다. 최저임금을 올린 여파로 자영업자와 알바생 사이에서는 대립 구조 속에 저소득층의 고용이 더욱 감소했다. 카드사 수수료 인하 정책에서 피해를 보는 쪽도 언제나 힘없는 국민들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를 강요하자 카드사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혜택만 줄였다.
금융권 대출 규제를 하자 저금리인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자영업자와 서민은 상대적으로 고금리 대출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에도 집값 잡겠다고 공언하면서 공시가격을 올려 국민 세금 부담만 높이며 국가 배만 불리고 있는 현실이다.
민간의 활력을 빼앗는 퇴행의 연속이지만 정부 세수는 수십조원 증가했고 해마다 더 늘어날 것이다. 국민은 등골이 휘는데 국가는 세금 쥐어짜내려 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를 떠보다가 국민 반발이 커지자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한 게 그렇다.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커져가는 현실이지만 주변을 둘러볼 줄도 모른다. 우리가 변변한 일자리도 창출하지 못하면서 국민 고혈만 짜내려는 퇴행을 하는 사이 중국은 세금과 비용 인하를 늘려 경제 하강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1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감세를 선언했다. 부가가치세와 사회보험비 인하에 따라 2조위안(약 340조원)이 중국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포용적 복지국가를 실현하겠다며 세금걷기에만 열중인 정부는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오죽하면 손대는 일마다 좋은 결과를 낳을 때 사용하는 ‘마이다스(미다스)의 손’을 패러디해 문정부를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비꼬는 말이 유행하고 있을까. 2년간 장밋빛 환상만 불어넣은 문정부의 언어유희는 끝났다. 이제 분명한 결과물을 보여줘야 할 때다. 마이너스의 손으로 쓸쓸히 퇴장할 앞날이 두렵지 않은가.
신동주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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