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4.13 박소령 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카피 공부
박소령 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이 책의 매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작고 가볍다. 들고 다니며 틈틈이 읽기 좋다.
둘째, 서문을 제외하면 책 전체가 1번부터 1060번까지 번호를 붙인 한 문장 혹은 한 문단으로 구성돼 있다.
어느 장을 펼쳐도 좋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하면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 옮기기에도 최적화돼 있다.
셋째, 책 제목은 '카피 공부'(윌북)이지만, 부제인 '매일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에게'가 보여주듯,
언어와 사고력를 도구 삼아 일해야 하는 현대인 대부분에게 영감을 주는 내용으로 꽉 차 있다.
마케팅과 광고, 콘텐츠 시장에서 일하는 분들에게는 더욱 도움이 될 책이다.
놀라운 것은 지금 나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이 책이 실은 1957년에 출간됐다는 점이다.
저자 핼 스테빈스는 특이하게도 외과의사였다가 카피라이터로 큰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후배 광고인들을 위해서 잡지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 낸 책으로, 한국어판은 2018년 뒤늦게 나왔다.
하지만 "광고는 '젊은이'의 비즈니스가 아니라 '젊은 생각'의 비즈니스다"라고 서문에 나오는 것처럼,
1060개의 문구들은 낡거나 오래된 느낌이 거의 없다.
카피 공부 : 매일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저자: 핼 스테빈스/ 옮긴이: 이지연/ 윌북/ 2018/ 303 p.
325.74-ㅅ728ㅋ/ [정독]인사자실/ [강서]2층
"훌륭한 광고 아이디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좋은 아이디어는 땅에서 나온다.
그러니 깊이 파야 한다", "판매가 훌륭하면 훌륭한 글이고, 그렇지 않으면 망작이다.
고상한 카피는 종종 적자로 끝난다"처럼 후벼 파는 문장들이 퍼레이드처럼 등장하고,
"새로운 의뢰인을 모실 때는 옛날 고객에게도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을 잊지 마라",
"스스로를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당신은 '생각'을 그만둔 것이다"처럼
사업 근간을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메시지도 가득하다.
저자는, 카피라이터란 겉으로는 낭만주의자면서 속으로는 현실주의자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피는 사람들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전략이며, 기업의 평판을 만드는 장치여야 한다고.
그래서 '가전업계의 애플' 발뮤다를 만든 데라오 겐은 카피의 힘을 정확히 이해하는 인물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기분 좋은 방' 같은 공기청정기 광고 카피는 자신이 직접 쓰고 있으며, "우리 일의 핵심은 언어다"라는 철학을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고 있단다. "어떤 카피는 국소 마취조차 하지 않고 당신 지갑을 뒤져 돈을 훔쳐간다"라는
'카피 공부' 문장이 현실에서 구현되는 사례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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