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産業·生産·資原

<사설>코리아 엑소더스 加速..기업 옥죄는 정책으론 못 막는다

바람아님 2019. 6. 15. 08:28

문화일보 2019.06.14. 12:10


기업 투자는 일자리를 만들고 투자지역 주민들의 소득을 끌어올린다. 각국이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저마다 법인세를 낮추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세우며 펼치는 기업 확보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이런 국익을 건 피 말리는 싸움에서 한국만 역주행하면서 기업을 해외로 내쫓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14일 내놓은 올 1분기 해외직접투자 실적을 보면 1년 새 44% 급증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 해외직접투자는 140% 폭증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1분기 투자가 대폭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그렇게 보기엔 증가 폭이 너무 크다. 기업 투자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추세는 문재인 정부 들어 가속화(加速化)해왔다. 매년 80억 달러 안팎에서 안정세를 보여왔던 한국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지난해는 164억 달러로 폭증했다. 전년 대비 92%, 2배 가까이 한국을 탈출한 것이다. 올해 1분기 한국경제가 10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0.4%)을 한 최대 원인이 설비투자 감소였다. 투자 감소는 일자리 충격으로 이어져 국내 제조업 취업자는 사상 최대인 14개월 연속 감소세다. 국내에서 이뤄져야 할 투자가 외국으로 향하니 일자리도 함께 나가는 것이다. 기업들이 투자 대상지로 한국 대신 외국을 선택하는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물론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업 글로벌 전략에 따른 투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 요인은 역시 투자의 탈(脫)한국을 부르는 기업 환경이다. 2년간 29%에 이르는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강제, 법인세 인상 역주행, 산업안전 명목의 생산활동 족쇄, 경영권을 흔드는 신(新)규제 상황에서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해주길 바라는 건 난센스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도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비판한다.


미국이 앞장서 펼치는 국가 간 투자 유치 경쟁은 ‘매력 전쟁’으로도 불린다. 누가 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다. 폭증한 1분기 해외직접투자는 한국경제를 향한 준엄한 경고다. “‘아직도 한국에서 사업하느냐’는 말이 인사말처럼 됐다”는 중소·중견기업인들의 현장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기업을 옥죄어온 정책은 전면 수정해야 한다. 기업을 해외로 내모는 ‘친(親)노조 반(反)기업’ 법규도 손봐야 한다. 경쟁국들과 비교해 한국의 투자 매력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기업 환경 개선책이 시급하다. 기업 옥죄기를 고집한다면 시장의 보복, 즉 기업이 한국을 무더기로 떠나는 ‘코리아 엑소더스’가 더 가속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