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날 백두산 근처인 양강도 삼지연군의 인민병원과 치과전문병원 등의 건설사업 현장을 현지 지도하러 간 김에 첫눈이 내린 백두산까지 차를 타고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신문과 방송은 이전에도 말을 타고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공개한 적이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들판을 달리는 모습의 화면이 있고 김정은의 경우에도 2012년 11월 20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백마를 탄 채 심각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는 모습으로 등장했었다. 당시 그 옆으로 서너 명의 측근들이 함께 말을 타고 있었다. 2012년 1월 8일 북한이 공개한 김정은의 첫 다큐멘터리 영화 화면에서도 김정은은 백마를 타고 있었다.
38세의 현대 교육을 받은 지도자가 백마를 탄 이유는 무엇일까?
백두산이라는 산악지형을 고려하더라도 이미 차량 통행이 가능한 곳에서 말을 타고 이동하는 정치지도자의 모습은 단순히 교통 수단으로 말을 고른 것은 아니라고 추론할 수 있다. 김정은이 백마를 타는 모습을 공개한 것은 김정은이 평소 양복이나 일상복이 아니라 인민복을 입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인민복은 북한에서 혁명하던 시대 사람들을 연상시킨다. 김정은이 선대로부터 계승받은 권력을 정당화하는 장치 중 하나인 것이다. 김정은은 자신이 혁명하던 시대 사람들과 연속선상에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백마는 그 시절 대장들이 타고 다녔던 수단이었다. 로얄패밀리이기도 하면서 전쟁을 이끄는 대장의 상징인 것이다. 김정은은 백마를 타고 있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자신도 ‘혁명 세력’이고 그 중에서도 리더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 백마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김정은이 백두산에 다시 올랐다는 점이다. 노동신문은 16일자 기사에서 “혁명의 책원지이며 우리 조국의 무진장한 힘의 근원지인 백두산에서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 이번에 걸으신 군마행군길은 우리 혁명사에서 진폭이 큰 의의를 지니는 사변으로 된다”고 썼다. 김정은은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앞두곤 백두산에 오르는 경향이 있다. 2013년 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탈상을 앞둔 2014년 11월, 본격적인 남북 대화 공세에 나서기 직전인 2017년 12월에도 백두산에 올랐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백두산에 오른 김정은의 다음 메시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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