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국서 1조원 들인 금강산관광 “싹 들어내라”
[중앙일보] 2019.10.23 17:46
①1조원대 대북 투자에 "들어내라" = 김 위원장은 “(남측이) 금강산에 꾸려 놓은 시설들이 민족성을 찾아볼 수 없는 범벅 식이고, 피해지역의 가설막이나 격리병동처럼 들어 앉았다”며 “그것마저 관리가 되지 않아 남루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또 “지금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돼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 잘못된 인식”이라고도 했다. 현대그룹이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금강산 지역을 50년간 임차해 관광사업을 하기로 합의했던 게 잘못이라는 지시다. 시설을 뜯어내고 향후 북한이 직접 관광사업을 주도하겠다는 예고다.
①속내는 트럼프 향한 제재 해제 요구= 2008년 7월 남측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 이후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은 대표적인 대북 제재 대상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관광은 대북 제재에서 예외이지만 북한과 경제 협력을 하는 것은 금지돼 있기 때문에 경협 사업인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건 제재 위반”이라고 말했다. 2017년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75호는 북한과의 합작 사업 설립ㆍ유지ㆍ운영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 남북 합작은 불가하다. 2375호는 북한 노동자 고용도 금지했다. 즉 모든 유엔 회원국 국민과 기업은 북한에 상업적 목적의 투자를 하거나 북한 국적자를 채용할 수 없다.
정용수ㆍ유지혜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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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정은은 어떻게 동북아의 조커가 됐나
2018년 2월. 김정은 등장 이후 꽉 막혔던 남북 관계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문이 열렸다.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 이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3차례의 정상회담을 열었다. 미국의 트럼프도 김정은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열었다.
같은 기간 동북아에서는 전례 없는 정치적 사건이 일어났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시키면서 경제 전쟁을 일으켰다. 한국은 지소미아 종료라는 강수를 뒀다. 미국과 중국은 관세보복을 신호탄으로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동북아의 정치지형과 힘의 균형이 묘하게 바뀌었다. 한미일 동맹에 균열이 생긴 반면 북중러 동맹은 한층 공고해졌다.
한미일 동맹은 미국이 주도하는 불평등 관계다. 한국과 일본은 핵 전술을 구사할 수 없다.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와 군사지원 없이는 북한과 대적할 수 없는 종속된 동맹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며 겁박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시진핑은 평양을 국빈 방문하며 혈맹관계를 돈독히 하고 북중 고위급 군사회담을 열었다. 러시아 푸틴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으로 밀월관계를 확인하고 북러 군사회담을 열었다. 북중러 동맹의 확고부동한 단일대오를 구축한 것이다. 무엇보다 북중러 동맹은 각국이 핵 전술을 보유한 대등한 관계라는 점이다.
김정은은 1년 8개월 사이에 동북아에서 벌어진 정치적 사건 속에 예상을 뛰어넘는 패자(霸者)로 급부상했다. 그의 셈법은 흔들리는 한미일 동맹과 맞물려 위력을 더하고 있다. 김정은이 쓸 수 있는 패도 예상 밖으로 많아졌고 위력도 강해졌다.
트럼프는 김정은의 연이은 탄도 미사일 발사에도 묵인하고 있다. 트럼프의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칫 대북정책의 실패로 내몰릴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문재인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 것을 제안하고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평화경제 구상을 밝혔지만 김정은은 비난과 조롱으로 대꾸했다. 일본의 아베는 아예 김정은의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 신세다.
그뿐이 아니다. 문재인은 평화경제를 말하지만 김정은은 반제(反帝)평화를 말하고 있다. 문재인의 평화경제는 북한의 공감 없이는 불가능한 비전이다. 김정은의 반제평화는 남한의 협조 없이도 얼마든지 가능한 목표다.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반제평화전략을 위해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했고 이제 그 무기를 담보로 미국과 담판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일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에서 북한이 제시한 북미 대화의 선결조건만 보아도 확실하다. 북이 내세운 대화 재개의 조건은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금지 그리고 제재완화 약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한국의 총선거. 1년 후에 치러질 미국의 대선은 김정은에게는 꽃놀이패다. 한국의 총선과 미국의 대선이 김정은에 의해 유리해질 수도 있고 불리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슨 결심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김정은의 요구를 들어줄 수도 있고, 반대로 전쟁을 불사할 수도 있다. 둘 다 대한민국에는 치명적이다.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금지는 주한미군 철수와 직결된다. 전쟁은 자멸하는 길이다. 문재인 역시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의 승리에 정치적 명운을 걸고 있다. 북미협상결과와 김정은의 마음먹기에 따라 총선에서의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다.
우리는 어쩌다가 백마 타고 백두산에 오른 김정은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일까. 금강산을 방문해 남한 시설물을 쓸어내라고 지시한 김정은의 진의를 해석하느라 급급하게 됐는가. 동북아의 조커이자 패자(霸者)가 된 김정은의 손에 들린 패를 읽어야 한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의 셈법도 달라져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CBS노컷뉴스 조중의 기자] jij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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