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학자 범조우(范祖禹·1041~ 1098년)는 사마광(司馬光) 밑에서 '자치통감(資治通鑑)' 편수를 도울 만큼 역사에 정통했고 그 스스로도 '당감(唐鑑)'이란 역사비평서를 지었다. 이 책은 당나라 고조(高祖)부터 소종(昭宗)에 이르기까지 당나라 역사를 날카롭게 해부했다. 이 책에서 그는 간신과 충신의 차이를 명쾌하게 제시했다.
먼저 간신이다. "아첨에 능한 사람은 아첨으로 환심을 사고 순종하는 것에 그칠 뿐인데도 그를 가까이하면 반드시 위태로움에 이르게 되는 것은 어째서이겠는가? 아첨하는 사람은 마땅함[義]이 있는 곳을 알지 못하고 오직 이익[利]만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익이 임금이나 아버지에게 있으면 임금이나 아버지를 따르고 이익이 권신(權臣)에게 있으면 권신에게 빌붙고 이익이 적국에 있으면 적국과 내통하고 이익이 오랑캐에게 있으면 오랑캐를 가까이해, 이익이 있는 곳이면 따르고 이익이 떠난 곳이면 멀리하니 임금이나 아버지에 대해 무엇이 있겠는가?"
이어 충신. "마땅함을 따르지 임금을 따르지 않으며 도리를 따르지 아버지를 따르지 않는다. 임금으로 하여금 불의(不義)에 빠지지 않게 하며 아버지로 하여금 부도(不道)에 들지 않게 한다. 비록 임금이나 아버지의 명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명을 따르지 않음으로써 장차 임금이나 아버지를 편안한 곳에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기준을 읽고 있자니 우리 정치권의 경우 여야(與野) 할 것 없이 충신보다는 간신으로 가득하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경고는 이어진다. "아첨하는 자들이 처음에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을 하더라도 반드시 패역할 마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겠지만 일단 권세를 얻게 돼 그것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못하는 짓이 없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으로 끝을 맺은 자들도 모두 처음에는 아첨으로 환심을 사고 고분고분 따랐던 자들이었다." 충간(忠姦)에 관한 한 여당에 숨이 막혀 야당 쪽을 쳐다보면 그 역시 한숨이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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