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0.01.16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종교의 자유와 시민의 권리를 바탕으로 건국한 미국은 여러 주(州)에 '인권 박물관'을 세웠다.
흑인 노예, 여성, 이민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평등한 권리를 위한 투쟁 역사를 기록, 전시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테네시주 멤피스의 '국립인권박물관(National Civil Rights Museum)'이다.
이곳은 1968년 4월 4일 마틴 루서 킹이 암살당한 로레인 모텔(Lorraine Motel) 건물을 보존하고 증축하여 만들었다.
1960년 어느 날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흑인 대학생 4명이 백인 전용 식당에 들어가 커피와 도넛을 주문했다.
물론 아무도 그들에게 음식을 갖다 주지 않았다. 그들은 다음 날, 또 다음 날 다시 찾아가 음식을 요구했고
소문이 전국으로 퍼졌다.
이 항쟁은 다른 주로 번지기 시작했고 결국 식당에서 인종에 따른 분리 접객은 없어지게 되었다.
이 모습은 전시실에 생생하게 재현되어 있다〈사진〉.
이 박물관의 전시가 특이한 점은 인권과 관련된 역사를 사건이 발생한 공간별로 구성했다는 점이다.
미국으로 끌려간 노예들 이야기는 탑승했던 노예선에서 시작하고, 학교의 인종 분리 수용 위헌 결정을 선언한
미 연방 최고법원의 실내도 복원했다.
버스 내부의 좌석 차별 배치에 항의한 앨라배마주의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도 실제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제작해서
연출해 놓았다. 전시는 마틴 루서 킹이 암살당한 모텔의 306호실에서 끝난다.
당시 방의 가구와 텔레비전, 재떨이 등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이처럼 다양한 공간은 지난 수백 년간 펼쳐진 인권 투쟁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흔적을 통해서 인종, 계급, 성별 등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글로벌 시대의 인권 문제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의와 평등이라는 가치로 미래 역사를 바꾸고 싶어 한다.
미국의 연중 첫 국경일은 마틴 루서 킹 생일인 1월 셋째 주 월요일이다.
"나에겐 꿈이 있다"는 연설과 인권을 위한 그의 노력은 이 박물관의 장소성과 함께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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