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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코로나 국제 소송

바람아님 2020. 4. 30. 20:49

(조선일보 2020.04.30 정권현 논설위원)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지목받는 중국을 향해 국제 소송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연방법원엔 무려 20조달러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돼 있다.

플로리다주에선 40국 시민 1만명이 6조달러짜리 소송을 냈다.

세계 40국에서 중국 정부를 상대로 요구한 배상 금액이 우리 돈으로 3경2000조원을 넘어섰다.


▶당장 중국이라는 국가를 미국 법원에 소송 당사자로 세울 수 있느냐부터 문제다.

'주권국가는 다른 나라 법정의 피고가 될 수 없다'는 '국가 면제' 원칙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당연히 각하될 수밖에 없다.

외국 영토 안에서 행한 주권국가의 행위를 국내법 적용에서 면제하는 것이 국제법상 원칙으로 인정받고 있다.

다만 테러 등은 예외다. 북한 여행 중 감금됐다 풀려나 사망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 가족이 미국에서 북한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한 것도 예외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만물상] 코로나 국제 소송


▶미 의회는 미국 시민들이 중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도록 '중국의 국가 면제'를 박탈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에 근거해 본안 재판이 열리더라도 중국 정부가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 정부의 과실과 각국이 입은 손해 사이에 직접적 연결 고리가 증명돼야 한다.

바이러스 발원지를 중국 우한으로 특정하고, 감염 경로를 확인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중국 바이러스' '중국 공산당 바이러스'라는 용어가 통용되고 있지만 인과관계 입증은 별개 문제다.

우한시의 수산 시장이나 바이러스 연구소를 유력 발원지라고 지목하는 것도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연구진에 따르면 초기 환자 41명 중 우한 수산 시장을 방문한 적이 없는 환자도 13명이라고 한다.

발원지 자체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만약 미 재판부가 중국 정부의 미국 내 재산을 압류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중국의 보복을 부를 것이고

세계 사법 질서는 밑바탕부터 흔들릴 것이다.

국제법 학자들은 "소송 자체가 불가능한 사안"  "금전적 배상은 어렵다"는 반응들이다.

법률적으로는 성립하기 어려워도 들끓는 서방세계의 반(反)중국 정서가 무더기 소송의 동력원이 되고 있다.


▶한국도 피해국이다. 이론적으론 국제 소송에 참여할 수도, 독자적으로 제소할 수도 있다.

만에 하나 한국을 통해 바이러스가 다른 나라로 확산된 사실이 확인된다면 한국도 제소당하지 말란 법이 없다.

초기에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게을리한 결과 바이러스 전파가 확산됐는지 아닌지 등은

국제 소송의 심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법률적 준비는 돼 있나 궁금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30/202004300003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