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3. 1. 19. 04:33
모두가 '각자도생'을 외치는 사회
'우리'를 상실하면서 편 가르기 극심
혼자의 의미 더 깊이 살폈으면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
"인생은 결국 혼자다." 지난 연말 저녁을 먹다 어느 선배가 불쑥 꺼낸 얘기였다. 대학시절 친구 집에 이 문구가 걸려 있는 걸 봤는데, 강렬하게 와닿았다고 했다. “동지들 모여서 함께 나가자”는 식의 노래가 대학가를 풍미하던 1980년대 학창시절에 ‘인생은 혼자’라는 걸 깨달았다니, “참 조숙했네요”라며 맞장구를 쳤다.
1990년대에 대학에 입학했던 나만 해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를 목청껏 부르는 게 일상적 뒤풀이 풍경이었다. 개인주의나 자유주의가 부르주아의 정치철학이라고 믿었던 때였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이가 들고, 여러 취재 현장의 경험이 쌓일수록 대학시절의 그런 감성은 희미해져 갔다. ‘우리’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영광과 영리는 언제나 깔끔 떨며 제 잇속 챙기는 이들의 몫이란 게 살면 살수록 터득하게 되는 생활의 이치였다.
(중략)
인생은 결국 혼자인데, 혼자가 아닌 척 ‘우리’를 외쳐 봐야 누가 수긍하겠는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옭아맸던 구속의 역사가 지워질 수도 없다.
차라리 철저하게 혼자로 돌아가 자신의 내면을 더 들여다보고 보살피는 게 모두가 혼자라고 떠드는 세계를 살아가는 지혜일지 모르겠다. 다들 '각자도생'을 외치지만 실은 타인의 눈치를 보거나 기성 질서의 잣대와 가치를 내면화해 상대를 선망하거나 질투하고 혐오하는 것은 아닌지. 홀로 남겨지는 것이 두려워 무리들 틈에 끼어 편을 가르는 것은 아닌지.
https://v.daum.net/v/20230119043301084
[메아리] 인생은 결국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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