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23. 1. 27. 03:02
오래된 동네 미용실이 문을 닫았다. 사계절 돌아가던 사인볼(회전 간판)이 멈췄다. 굳게 내린 셔터가 겨울바람에 달카당 운다. 바닥에 빨래집게 하나 동그마니 남았다. 여기 미용실 할머니는 걸음이 불편했지만 안팎으로 바지런한 사람이었다. 덕분에 작은 뒷마당엔 계절마다 꽃이랑 열매들이 울긋불긋 조롱조롱했고, 깨끗이 빨아 널어둔 수건에선 연한 파마약 냄새가 은은했다. 꼬맹이들이 뒷마당에 핀 봉숭아랑 나팔꽃, 방울토마토랑 아기 수세미 같은 것들에 정신 팔려 있자면 귀엽다며 천 원씩 쥐여주던 주인 할머니. 괄괄한 말투와 웃음소리가 쨍쨍한 사람이었다. 마음의 구김살일랑 미용실 수건처럼 조물조물 빨아다가 힘차게 탁탁 털어 말려둘 것 같은, 씩씩하고 낙천적인 성격이 언제나 기분 좋게 쨍쨍했다.
https://v.daum.net/v/20230127030249970
우리가 살던 고향은[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우리가 살던 고향은[관계의 재발견/고수리]
고수리 에세이스트오래된 동네 미용실이 문을 닫았다. 사계절 돌아가던 사인볼(회전 간판)이 멈췄다. 굳게 내린 셔터가 겨울바람에 달카당 운다. 바닥에 빨래집게 하나 동그마니 남았다.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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