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3. 2. 14. 00:46
[변양균 남기고 싶은 이야기] 진영을 넘어 미래를 그리다 〈19〉 실망스러웠던 황장엽 면담
「 안기부 요청에 97년 황장엽 만나
“값싼 북한제품 도입” 구상에 당황
중국과 북 경유 백두산관광 협상도
“버스 치외법권 보장” 요구에 결렬」
벌써 26년 전이다. 그때만 해도 한국 사회를 온통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1997년 2월 12일 황장엽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망명한 일이다. 우리에겐 낯선 직책이지만 공산당 1당 체제에서 당 비서는 최고위 권력층에 속한다. 평양 김일성대학 총장을 지낸 황 전 비서는 북한 통치이념인 주체사상의 창시자로도 통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우리 대사관으로 탈출한 그는 필리핀을 거쳐 같은 해 4월 국내로 들어왔다.
원래 이틀로 예정했던 황 전 비서와의 면담은 하루 만에 끝냈다. 안기부는 북한 경제에 대한 정보를 얻기를 원했다. 나는 안기부 담당자에게 말했다. “더 물어볼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이쪽에서 가르쳐 줘야 할 형편입니다.” 북한식 폐쇄경제의 한계가 말할 수 없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북한에서 나올 때는 원산공항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고려항공 민항기를 탔다. 승무원이 좌석 선반에 짐을 올리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줬다. 곧 이유를 알게 됐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는데 자갈밭처럼 우당탕 깨지는 소리가 났다.
https://v.daum.net/v/20230214004609539
[변양균 남기고 싶은 이야기] 시장경제 몰랐던 황장엽, 북한 지식인의 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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