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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제 부하의 애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용서하려 합니다” [사색(史色)]

바람아님 2023. 2. 18. 17:20

매일경제 2023. 2. 18. 10:03수정 2023. 2. 18. 16:15

[사색-9] 그는 가장 위대한 뱃사람이었습니다. 유럽 최강의 빌런, 나폴레옹에 맞서 조국의 바다를 지켰습니다. 포탄을 맞고 한 쪽 눈을 잃었고, 팔이 잘려 나간 상황에서도 그는 갑판을 떠나지 않았지요. 총탄을 맞은 그는 이렇게 외칩니다. “신이시여, 저는 제 의무를 다했습니다.” 죽는 순간까지도 그는 애국자이자, 바다 사나이였습니다. 우리나라 이순신 장군만큼이나 영국에서 존경받는 호레이쇼 넬슨의 이야기입니다.

여기 또 하나의 남자가 있습니다. 그 역시 군인이었습니다. 상관의 집에 방문했다가, 부인을 보고 한눈에 반했지요. “포기를 모르는” 군인정신이 빛(?)을 발합니다. 불륜에 빠져들었고, 아기까지 가지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사랑의 행각은 상관이 버젓이 눈 뜨고 있는 집에서도 이뤄졌지요. 이 전설적(?) 행각을 벌인 이의 이름 역시 호레이쇼 넬슨. 영국의 영웅이자, 세기의 불륜의 주인공입니다.


넬슨과 엠마 해밀턴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집니다. 엠마는 뛰어난 미모와 예술적 재능으로 이미 나폴리 왕가를 비롯한 상류계층의 ‘스타’였지요. 스타는 스타를 알아보는 법일까요. 미국 독립전쟁 참전을 시작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넬슨에게 깊은 호감을 느꼈습니다. 다만 이 두사람에겐 각자 엄연히 배우자라는 장벽이 있었지요. 5일이라는 넬슨의 짧은 체류 기간도 사랑의 불꽃을 피우기엔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상식 밖 행동이 이때부터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엠마가 넬슨에게 연정을 품고, 점점 농도 짙은 애정행각을 벌이는데 남편인 윌리엄 해밀턴이 이를 용인하는 겁니다. “감히 내 아내를 네놈이”라는 격정의 사자후를 토해낼 법도 한데, 윌리엄 해밀턴은 넬슨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놓지 않았습니다.

현대인의 눈으로도 비정상적인 사랑이지만, 그 사랑 덕분에 세상 모든 이야기꾼들에 영감을 줬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사색합니다. 영웅과 성인일지라도 너저분한 티끌이 있음을요.(이순신 장군은 예외입니다.)

https://v.daum.net/v/20230218100300420
“아내가 제 부하의 애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용서하려 합니다” [사색(史色)]

 

“아내가 제 부하의 애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용서하려 합니다” [사색(史色)]

[사색-9] 그는 가장 위대한 뱃사람이었습니다. 유럽 최강의 빌런, 나폴레옹에 맞서 조국의 바다를 지켰습니다. 포탄을 맞고 한 쪽 눈을 잃었고, 팔이 잘려 나간 상황에서도 그는 갑판을 떠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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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화가 레뮤엘 프랜시스 애벗이 그린 호레이쇼 넬슨의 초상화. 18세기 작품으로 추정. 동양의 넬슨으로 통하는 일본 제국의 토고 제독은 “넬슨은 이순신 다음으로 가장 위대한 해군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화가 조지 롬니가 그린 엠마의 초상화. 그레빌의 친구로서 조지 롬니는 엠마를 뮤즈로 여겼다. 1782년 작품. 그림처럼 아름다웠던 그녀의 외모는 상류계층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