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SUNDAY 2023. 9. 23. 00:02
[근대 문화의 기록장 ‘종로 모던’] 1909년 자동차 출현
1909년 이른 봄, 무게가 거의 3톤에 달하는 거대한 쇳덩어리가 포효하며 서울의 거리를 질주했다. 그 정체는 바로 미국의 화이트 모터 컴퍼니(White Motor Company)가 제작한 30마력의 증기 자동차였다. 자동차가 대로를 따라 달려오자 사람들은 “짐을 내던지고 이 새로운 악마로부터 도망칠 수 있길 빌며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주인만큼이나 놀란 소와 말도 유일한 피난처인 근처의 상점과 가정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1902년에 조선의 대신들은 고종에게 신식 문물의 상징인 자동차를 타고 즉위 40주년 기념식인 칭경예식에 참여해 줄 것을 간청했다. 고종은 당시 어려웠던 나라 상황과 전염병 창궐 등을 이유로 처음에는 반대했다가 신하들의 강권에 밀려 마지못해 승낙했다고 한다. 어차(御車)의 수입은 고종의 주치의이자 주한 미국 공사였던 호레이스 알렌이 담당했다. 하지만 1903년에 열린 칭경예식에 고종은 어차를 타고 참석하지 못했다. 복잡한 수송 과정 덕분에 행사가 열리고 나서도 4개월 후에나 도착했기 때문이다.
1922년에는 조선인이 운영하는 자동차 정비 공장인 경성서비스가 세워졌다. 현대자동차의 창업주인 정주영은 원래 쌀장사를 하다가 1939년 태평양전쟁으로 인해 쌀의 배급제가 실시되면서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먹고 살 길을 찾던 정주영은 이 경성서비스에서 그의 트럭을 도맡아 수리하던 정비사인 이을학의 권유로 이곳저곳에서 돈을 끌어 모아 아도서비스라는 작은 정비공장을 인수하였고 이것이 바로 현재 글로벌 5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모태였다.
https://v.daum.net/v/20230923000214432
서울 거리 질주 ‘쇳덩어리 악마’…“사람들 짐 내던지고 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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