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8. 27. 23:56
지난 59년간 나를 괴롭혀 왔던 숙제가 이제 다 끝났다. 우리가, 롤라와 마셜과 내가 범죄를 저질렀다. 나는 원고에서 그 범죄를 묘사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것도, 이름과 장소와 정확한 정황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것도 숨기지 않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사료를 편찬하듯 그 모든 것을 원고 속에 집어넣었다. 범죄가 있었다. 그러나 그 곁에는 사랑하는 두 사람도 있었다. 연인들과 그들을 위한 행복한 결말, 이것이 밤새도록 내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이언 매큐언 ‘속죄’ 중에서 |
보행을 도와준 행인을 폭행범이라고 거짓 신고한 80대 노인이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목격자 진술과 CCTV 판독 결과, 남성은 노인이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었을 뿐, 해를 가하지 않았다. 선의를 폭력으로 오해할 순 있지만, 법은 허위 고발을 범죄로 판단하고 처벌했다.
한때 민주당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가 제2의 태평양 전쟁이 될 거라며 불안을 조장하기 바빴다. 규탄 대회를 열고 방류를 저지하겠다며 일본까지 몰려가 시위했다. 그러나 광우병, 전자파 참외, 세슘 우럭, 방사능 소금과 같은 또 한번의 괴담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조사하고 증명하는 데 지난 1년간 국민 혈세 1조5000억원이 낭비되었다.
이언 매큐언의 소설 ‘속죄’는 세실리아의 연인 로비가 성폭행범이라고 거짓 증언했던 브리오니의 평생에 걸친 후회와 속죄에 관한 이야기다....동화 속 피노키오도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지는 벌을 받는다. 거짓 신고하면 벌금을 내고,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죄가 될 때가 있다.
국고를 축내고 사회 혼란을 부추긴 정치인의 거짓말만 죄가 되지 않는다. 사과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고 처벌받지 않는다. 부끄러워하고 괴로워하며 속죄할 줄 모른다....미숙한 정치는 대중의 불안을 먹고 산다.....말에 책임지지 않는 사회, 거짓말이 성공의 수단이 되는 세상은 신뢰를 잃고 더 깊은 혼란으로 빠져든다.
https://v.daum.net/v/20240827235615856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65] 정치인의 거짓말은 범죄다
속죄 베스트셀러
저자 이언 매큐언 | 역자 한정아
출판 문학동네 | 2023.2.28.
페이지수 556 | 사이즈 142*211mm
판매가 서적 16,200원 e북 11,34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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