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73] 하나의 세상을 기도하는 예배당

바람아님 2014. 5. 17. 08:28

(출처-조선일보 2014.05.17 정경원 KAIST 교수·산업디자인)


인도 뉴델리에는 거대한 연꽃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로터스 템플'이라는 사원이 있다. 
화합과 완벽을 상징하는 숫자라며 '9'를 신봉하는 바하이 경전에 따라 건립된 이 사원은 
종교나 인종의 차이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방식대로 기도할 수 있는 열린 예배당이다. 
"모든 종교가 유일신으로 통합돼 한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는 융합의 교리대로 사원에는 어떤 종교적 상징물이 없으며, 
목소리 이외에는 모든 악기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
인공으로 나지막한 언덕을 조성하고 빨간색 벽돌 기단 위에 건립한 
이 사원은 하얀 대리석 '연꽃잎' 27개가 9개씩 세 열을 
이루고 있는 구조다. 
맨 안쪽 열에 배치된 꽃잎들은 중앙으로 집중되는 형상으로 높이가 40m에 이르며, 중간 열의 다소 낮은 꽃잎들에 둘러싸여 있다.
맨 바깥 열은 바깥쪽을 향해 열려 있는 삼각형 구조로 출입문과 채광창 역할을 한다.

바하이 하우스 오브 워십, 1986년 건립, 파리보츠 사바(Fariborz Sahba) 디자인, 영국 건설회사 플린트 앤드 네일(Flint and Neill) 시공, 사원 총면적 10만5000㎡.
바하이 하우스 오브 워십, 1986년 건립, 파리보츠 사바(Fariborz Sahba) 디자인, 
영국 건설회사 플린트 앤드 네일(Flint and Neill) 시공, 사원 총면적 10만5000㎡.
사원 주변에는 커다란 연못이 9개 설치되어 있으며, 
그 위에 정원과 이어지는 통로인 기단이 세워져서 마치 사원이 물 위에 떠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한 번에 2500명이 예배할 수 있는 사원 내부는 기둥이 하나도 없어 거대한 한 공간을 이루고 있으며, 
원형 바닥에는 나무로 만든 곡선형 긴 의자들이 놓여 있어 1300명이 앉을 수 있다. 
9각 형태 천창과 채광창을 통해 은은한 빛이 들어와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밤에는 내부 조명이 연못에 음영을 드리운다.

이란 출신으로 테헤란 대학교의 미술학 석사이자 건축가인 파리보츠 사바는 28세였던 
1976년에 이 사원을 디자인했으며, 1986년 완공할 때까지 총감독으로 일했다.
 2000년 빈의 '글로브아트 아카데미상'을 받은 이 사원은 종교 기념일이면 15만명이 넘는 방문객으로 크게 붐빈다. 
요즘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기도를 드리며 융합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본다.



<각주>1.검색어  "Fariborz Sahba, Bahai House of Worship"로 검색해 보면 많은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음

         2. Baha'i Houses of Worship Around the World(세계의 예배당)을 보면 어떤 공통점을 느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