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5] '아이폰世代의 컴퓨터 스머프' 혹평… 너무 많은 이야기 담으려다 '삐끗'

바람아님 2014. 5. 20. 09:04

(출처-조선일보 2012.07.04 정경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2012 런던올림픽의 개막일이 다가오면서 마스코트 디자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귀여운 동물이나 전통적인 캐릭터와는 달리 '외눈박이 몬스터' 형상인 데다가, 흔히 말하는 품위 있고 세련된 영국 디자인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이 파격적인 마스코트들은 어떻게 디자인되었을까?

2008년 10월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마스코트 디자인의 공모를 시작했으며, 마감일까지 접수된 100여점 중 3점을 선정한 
다음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그리고 2010년 5월 조직위는 '웬록(Wenlock)'을 올림픽, '맨드빌(Mandville)'을 장애인올림픽의 공식 마스코트로 확정하여 
발표했다. 그러면서 대중은 '캐릭터'는 물론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2 런던올림픽 공식 마스코트' - 아이리스(영국) 디자인. 올림픽 마스코트인‘웬록’(오른쪽)과 장애인올림픽 마스코트인‘맨드빌’.
'2012 런던올림픽 공식 마스코트' - 아이리스(영국) 디자인. 
올림픽 마스코트인‘웬록’(오른쪽)과 장애인올림픽 마스코트인‘맨드빌’.

런던의 에이전시 아이리스(IRIS)가 디자인한 이 마스코트들은 실제로 많은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다. 
웬록은 1890년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이 근대 올림픽 부흥 운동을 시작하도록 영감을 준 영국 중서부의 마을이다. 
맨드빌은 1948년 런던올림픽 때 척수장애자 26명과 함께 운동경기를 개최하여 장애인올림픽의 효시가 된 병원이다. 
얼굴부분의 하나뿐인 눈은 카메라 렌즈를 상징하며, 올림픽의 모든 것을 잘 기록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강철 재질로 된 몸체에는 각각 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의 로고가 표시되고, 머리에는 런던 택시의 헤드라이트, 팔목에는 오색 
링과 기록측정 장치를 차고 있다.

하지만 이 마스코트들에 대한 여론이 곱지만은 않다. 
지난달 21일자 '텔레그래프'지는 "아이폰 세대를 위하여 컴퓨터로 만든 스머프"라고 비꼬았다. 
이번 런던올림픽은 '2012'를 주제로 디자인된 로고3월 27일자 A35면 본 칼럼 3회 참조를 비롯하여 관련 디자인들에 대해서 유난히 논란이 많다. 
런던에서만 세 번이나 올림픽을 개최하다 보니 디자인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 대가를 치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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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3] '열린 개념'의 로고에서 '엉뚱한 포즈' 연상도

(출처-조선일보 2012.03.26 정경원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역대 올림픽 공식 로고에는 개최 도시의 문화와 개성이 배어있다. 
치열한 유치 경쟁을 이겨낸 자랑스러운 도시다운 특성이 로고 디자인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로고는 중국 문화를 상징하는 한자의 '경(京)', 1988년 서울올림픽은 '삼(三) 태극(太極)'을 모티프로 
디자인되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런던올림픽 로고는 예외적인 것 같다. 
영국의 저명 디자인 회사 울프 올린즈가 디자인해서 2007년 6월에 발표한 로고에는 '런던'이나 '영국'을 상징하는 요소가 따로 없다. 
개최 연도인 '2012'를 '20'과 '12'로 나누어 위·아래로 조합하여 디자인했다. 
그러다 보니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해 "나치 심볼을 닮았다" "성적(性的)인 행위를 암시한다"는 등 비난은 물론 "유치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 인터넷 여론조사에서는 "로고를 바꿔야 한다"는 응답이 80%를 넘었다.

'런던올림픽 로고'… 2012 런던올림픽 공식 로고(왼쪽)와 장애인올림픽 로고(오른쪽), 울프올린즈, 2007년.
'런던올림픽 로고'… 2012 런던올림픽 공식 로고(왼쪽)와 
장애인올림픽 로고(오른쪽),  울프올린즈, 2007년.

하지만 이 로고 디자인에 우호적인 사람들의 주장은 크게 다르다. 나이·국적·언어에 상관없이 전 세계인이 쉽게 알아볼 수 있고, 기본 틀만 유지하면 누구나 색채와 무늬를 바꾸어 쓸 수 있는 '열린 개념'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더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매그너스 링크러터는 "이 로고가 단순하지도, 아름답지도, 인상적이지도 않지만 성공적인 것이 될 듯하다"고 했다.

그런 와중에도 이 로고에 대한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의 지지는 거의 절대적이어서 어떠한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번 올림픽이 런던에서만 세 번째이니만큼 영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구촌 모두의 올림픽을 지향해야 한다는 브랜드 목표와

일치되게 디자인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개막일(7월 26일)이 가까워지면서 이 로고 디자인에 대한 여론은 점차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유명세까지 타기 시작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