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6] 층마다 독특한 '작품'… 불경기 없는 스페인 호텔

바람아님 2014. 5. 23. 07:19

(출처-조선일보 2012.07.10 정경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지리적 조건 등이 아주 평범한 지역에 새로 짓는 호텔을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03년 스페인 최대의 호텔 체인을 운영하는 실켄 그룹이 마드리드 공항 인접 상업지역에 '푸에르타 아메리카 호텔 마드리드'를
신축하면서 제기했던 문제이다. 
이미 스페인 전역에 26개의 호텔(객실 3600여개)을 운영하고 있는 실켄으로서는 또 하나의 평범한 호텔을 짓는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전략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채택된 아이디어는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호텔을 확연히 차별화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객실 342개의 호텔 하나를 짓는 데 무려 19명의 세계적으로 저명한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참여했다. 
실켄 측은 이 프로젝트에 초빙된 전문가들이 각자 담당한 공간을 독자적으로 디자인하게 했을 뿐 아니라 미리 예산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았다. 
그 결과 외관과 내부 디자인의 연관성이 전혀 없고, 층마다 디자인이 달라서 일관된 정체성도 없게 됐다.

'푸에르타 아메리카 호텔 마드리드' - 연면적 3만4000㎡, 객실 342개. 위 큰 사진은 마크 뉴슨이 디자인한 6층 복도. 아래 왼쪽부터 노먼 포스터가 디자인한 2층, 론 아라드가 디자인한 7층 욕실, 장 루벨이 디자인한 12층.
'푸에르타 아메리카 호텔 마드리드' - 연면적 3만4000㎡, 객실 342개. 
위 큰 사진은 마크 뉴슨이 디자인한 6층 복도. 
아래 왼쪽부터 노먼 포스터가 디자인한 2층, 론 아라드가 디자인한 7층 욕실, 장 루벨이 디자인한 12층.

호텔의 외관은 장 루벨, 화사한 색채와 큼직한 안내 사인으로 돋보이는 지하주차장은 테레사 사페이, 
단순한 미니멀리스트 스타일의 메인 로비는 존 파우슨의 작품이다. 
1층부터 12층까지 객실 층은 자하 하디드(1층), 노먼 포스터(2층), 데이비드 치퍼필드(3층) 등 건축가나 디자이너들이 
각각 디자인하여 개성이 넘친다.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대형 교향곡이 아니라 개성이 다른 여러 작품을 모아놓은 소곡집이다.

9600만 달러를 투자하여 2005년에 완공된 이 호텔은 계속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지난달에는 
'호텔 매니지먼트 튜토리얼'지에 의해 '세계 10대 5성급 호텔'로 선정되었다. 
관광객들이 계속 몰려와서 불경기에도 호황을 누리고 있어 디자인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것을 실감 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