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5. 2. 3. 00:10(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소셜미디어에선 정치 편향, 내부 정보 의혹 거액 주식 투자
디킨스 소설 술 취한 판사처럼 지금 헌재는 위험하지 않은가
좌우 국민 모두 눈 부릅뜬 지금 미리 답 정해 놓을 생각 말고
법학도의 초심으로 돌아가 헌법재판소는 법치를 구현하라
여섯 시간 깜짝 계엄이 환(幻)처럼 왔다 간 후 대한민국엔 기상천외의 정국이 펼쳐졌다. 대통령이 “패악질을 일삼은 반국가 세력 척결”을 외치며 국회에 계엄군을 진입시킬 땐 왕당파와 의회파가 충돌하던 1640년대 잉글랜드 내전이 연상되었다. 공수처가 경찰 수천 명을 동원해 대통령 관저의 담을 넘는 장면은 1792년 8월 10일 튀일리궁으로 쳐들어간 혁명군이 루이 16세를 체포하던 순간의 데자뷔였다. 놀랍게도 그후 탄핵·소추당해 구속·기소된 대통령이 지지층을 결집하여 정권 연장과 정권 교체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왼쪽 국민은 무능하고 성마르고 술버릇 고약한 옹고집 대통령이 시대착오적 비상 계엄령을 발포하여 국정을 망치고 국격을 실추시켰다며 당장 내란 우두머리로 잡아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오른편 국민은 북·중·러를 끼고 도는 낡고 썩은 거야가 중범죄 혐의를 받는 당대표를 지키려 관료 탄핵을 남발하고 망국적 예산 폭거를 자행하여 국기를 흔들었다며 분노한다. 중도층도 갈라져서 좌나 우로 빨려든 상황이다. 정치적 양극화는 성난 군중을 광장으로 불러내고 감정적으로 격동시켜 패싸움을 연출하기 일보 직전이다.
과연 어느 쪽이 옳은지, 훗날 역사의 평가가 어떠할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영어 속담대로 캔 뚜껑이 열린 다음에야 꿈틀대는 지렁이가 기어 나오는 법.....계엄의 충격으로 국가라는 큰 캔의 뚜껑이 열리기 무섭게 정부 3권 모든 기관에 은닉하던 ‘지렁이’ 떼가 일제히 기어 나와 꿈틀대고 있다. 국익 우선의 의무를 저버리고 정략에만 빠진 국회의원, 불법으로 내란죄를 수사하고 공문서까지 위조한 공수처, 대면 수사도 없이 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찰, 편을 짜서 특정 법원을 점령한 판사들···.
법치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는 어떠한가? 에스엔에스(SNS)에 정치 편향의 잡글을 올리거나 내부 정보를 이용해 거액을 주식 투자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 헌재를 점령한 현실은 디킨스 소설에나 등장하는 취한 판사의 재판정보다 더 위험해 보인다.....지금껏 헌법재판소는 때론 졸속하게, 때론 질질 끌며 여론 추이만 살피다 슬그머니 입을 맞춰 얼렁뚱땅 넘어가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일삼아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판관의 인터넷 잡문이나 주식 투자 성향만 봐도 그가 내릴 결정을 내다볼 수 있다면 헌법재판소의 존립 가치는 대체 무엇인가?....미리 답을 정해놓고 딴전 피울 생각 말고 법학도의 초심으로 돌아가 냉철한 이성으로 법치를 구현하라. 헌재의 결정문이라면 교과서에 실려 널리 읽힐 만큼 치밀하고 정의롭고 감동적이어야 한다.
https://v.daum.net/v/20250203001018571
[朝鮮칼럼] 이제는 헌법재판소가 법치를 실현해야 할 때
[朝鮮칼럼] 이제는 헌법재판소가 법치를 실현해야 할 때
여섯 시간 깜짝 계엄이 환(幻)처럼 왔다 간 후 대한민국엔 기상천외의 정국이 펼쳐졌다. 대통령이 “패악질을 일삼은 반국가 세력 척결”을 외치며 국회에 계엄군을 진입시킬 땐 왕당파와 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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