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62] 예스러운 복고풍 디자인이 뜨나

바람아님 2014. 6. 20. 20:20

(출처-조선일보 2013.11.08 정경원 KAIST 교수·산업디자인)


전 세계적 가전 시장의 불황에도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냉장고가 있다. 
이탈리아의 국민 냉장고 '스메그(Smeg)'가 런던, 도쿄, 서울 등 지구촌 곳곳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가격이 보통 냉장고보다 2~3배나 비싼데도 주문 후 두 달이 지나야 납품된다고 한다. 
스메그 냉장고의 인기는 예스러운 외관과 최첨단 내부 디자인의 조화 덕분이다. 
동글동글하게 잘 다듬어진 모서리, 잡기 편한 금속제 손잡이, 오렌지·라임·크림·핑크 등 파스텔조의 색채, 고전적 서체의 로고 
등 1950년대에 유행하던 유선형 디자인을 요즘 감각으로 되살린 복고풍. 즉, 레트로 디자인 (Retro Design)'의 전형이다. 
내부 디자인은 수납 공간의 적절한 분할, 높이 조절 선반, 신선도를 유지해주는 야채 보관실, 에너지 절약 등 철저히 기능적으로
접근했다. 게다가 고객들은 20여 가지 색채와 다양한 패턴(국기, 문양 등) 중에서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다른 회사들이 비용 절감만을 앞세워 아이보리 화이트나 스테인리스 스틸 색조에 안주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복고풍 외관과 편리한 내부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탈리아제 스메그 냉장고 사진
복고풍 외관과 편리한 내부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탈리아제 스메그 냉장고

1948년에 설립된 스메그는 '스타일이 있는 기술(technology with style)'을 모토로 유럽 붙박이 가전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총매출의 7%를 연구 개발에 투자하여 제품군을 클래식, 빅토리아, 레트로, 코티나 등 9가지 라인(Line)으로 특화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와 호주의 산업 디자이너 마크 뉴슨(Marc Newson)은 오븐, 쿠커 등을 하이테크

이미지로 디자인하여 각기 개성 있는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에 기능이 단순한 가정용 냉장고, 세탁기 등에는 레트로 라인이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복고풍 디자인의 확산을 단정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스메그의 레트로 디자인은 유행이 아니라 전략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