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63] 스토리가 담긴 로고 애니메이션

바람아님 2014. 6. 22. 19:20

(출처-조선일보 2013.11.16 정경원 | KAIST 교수·산업디자인)


흔히 '로고(Logo)'를 한 조직체의 '얼굴'이라고 한다. 

로고는 어떤 조직을 생각할 때 연상되는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고는 조직의 특성과 분야 등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디자인되어야 한다. 
아무리 보기에 좋아도 담긴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거나, 뜻이 잘 통해도 아름답지 못하다면 
훌륭한 로고가 될 수 없다.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주식회사' 등을 만든 픽사(PIXAR)의 로고는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다운 정체성을 갖고 있다. 
날렵한 사선 획이 강조된 '샤를마뉴' 글자체를 기반으로 디자인된 로고에는 이 회사의 아이콘인 
룩소(Luxo) 조명기구 부자(父子)가 등장한다. 
'A'는 '룩소', 'I'는 '룩소 2세'의 형태로 재현된 두 개의 크고 작은 조명기구들이 마주 보고 있다. 
픽사가 제작한 영화의 시작과 끝에는 그 로고를 활용하여 만든 20초 분량의 애니메이션이 상영되어 재미를 더해준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의 로고. 굵은 ‘샬리메인’ 글자체와 룩소라는 조명기구 부자(父子)를 의인화하여 디자인되었으며, 픽사가 제작한 영화의 시작과 끝에는 이 로고를 활용한 짤막한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의 로고. 
굵은 ‘샬리메인’ 글자체와 룩소라는 조명기구 부자(父子)를
의인화하여 디자인되었으며, 
픽사가 제작한 영화의 시작과 끝에는 
이 로고를 활용한 짤막한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룩소는 원래 전등의 각도와 방향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게 디자인된 탁상용 조명기구이다. 
1986년 캘리포니아 예술대학 출신인 존 레세터는 그 조명기구에서 영감을 얻어 '룩소 2세'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었다. 
그는 '시그라프(SIGGRAPH)'에 출품할 컴퓨터 애니메이션 작품을 제작하려고 밤새워 작업을 하던 중 책상 위에 있던 룩소를 
의인화하는 기발한 착상을 했다. 아기와 어른의 체형을 본떠 만든 룩소 부자가 공을 갖고 놀면서 즐기는 모습을 그린 2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은 아카데미상 후보로 올랐었다.

그 스토리를 압축하여 만든 픽사의 로고 애니메이션은 '유연한 로고(flexible logo)'라는 새 장을 열었다. 
로고에 흥미로운 스토리와 동작 등을 자유롭게 도입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획일화되거나 경직된 틀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로고들이 나타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