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크기와 디자인 가치는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크기만 컸지 평범한 것이 있는가 하면, 작지만 가치 있는 건물이 있다는 말이다.
요즘 여러 가지 이유로 화제가 되고 있는 '공간(空間)' 사옥은 작지만 디자인 가치가 높은 건물이다.
우리나라 현대건축의 대가인 김수근(1931~1986)이 디자인한 공간 사옥은 원래 대지 139㎡(39.3평)에 연면적이 불과 360㎡
우리나라 현대건축의 대가인 김수근(1931~1986)이 디자인한 공간 사옥은 원래 대지 139㎡(39.3평)에 연면적이 불과 360㎡
(109평)의 작은 건물이다. 웬만한 저택보다 작은 규모였지만, 그 당시 건축가로서는 큰 투자였다.
그나마 1977년에 증축되어 대지 면적 661㎡(200평), 연면적 1322㎡(400평)로 커졌다.
- 공간 사옥. 좁고 긴 부지의 특성을 살려 디자인된 구관(왼쪽).
- 소재는 달라도 구관과 어우러지는 신관.
1997년에는 인근 부지에 연면적 496㎡(150평) 규모의 신관이 들어섰다.
김수근의 문하생 장세양(1947~1996)에 이어 오섬훈이 디자인한 신관은 긴 육면체 구조에 노출 콘크리트와 유리를 소재로
지어졌으며, 치장을 철저히 배제하는 등 구관과 조화를 도모했다.
개인적으로 구관 외벽의 담쟁이 덩굴 때문에 검정 벽돌의 원래 느낌이 가려지는 것은 좀 아쉽다.
얼마 전 찾았을 때 살펴보니 주변 경관이나 표지판은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었다.
건물이 갖는 가치만큼 유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건축 이후 3세대에 걸쳐 증축된 공간 사옥의 지하 소극장은 문화 공간이 부족하던 시절에 김덕수의 사물놀이, 공옥진의 병신춤 등 전통문화가 대중의 주목을 받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건축 이후 3세대에 걸쳐 증축된 공간 사옥의 지하 소극장은 문화 공간이 부족하던 시절에 김덕수의 사물놀이, 공옥진의 병신춤 등 전통문화가 대중의 주목을 받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 건물을 보면, 건축 디자인의 가치는 규모가 아니라 담겨 있는 '지혜'의 크기에 달렸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